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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의 첫 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고, 수업시간도 재밌었지만 공부하는 시간이 끝나면 무료해진다. 더군다나 나는 다른 사람보다 좀 일찍 끝나는 편이어서 오후 3시면 모든 수업이 끝났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필리핀 가이드북 하나를 챙겨들고 무작정 산토니뇨 교회로 향했다. 사실 세부는 휴양지로는 유명하지만 여행지로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가볼 만한 곳을 꼽으라면 세부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인 산토니뇨 교회가 있다.

학원을 나와 가드에게 산토니뇨를 어떻게 가야하냐고 묻자 택시를 타라고 했다. 나는 걸어서 가고 싶다고 하니까 30분 정도 걸리고 안전하게 택시타는게 낫다고 했다. 방향만 알아내고 역시 걸어서 가기 시작했다. 지도상으로도 산토니뇨 교회까지 먼 거리는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다.


세부의 도로는 시끄럽고 혼잡했다. 특히나 극심한 매연은 필리핀 사람들조차도 답답해 할 정도였는데 바로 오래된 차량들 때문이다. 오래된 차들이 많다보니 매연도 심했고 공기는 탁해질 수 밖에 없었다. 유명한 휴양도시 세부의 모습이 이렇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적잖아 놀란다.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은 바로 지프니로 이런 차량을 가르킨다. 마닐라는 안 가봤지만 마닐라에서는 화려하게 치장을 한다고 하는데 세부에서는 그냥 일반 트럭이나 작은 밴과 같은 차량이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색깔도 전부 다르고 모양도 틀려서 정해진게 없다. 다만 앞에 차량번호가 붙어있는데 쉽게 말하자면 버스번호와 같다. 처음에는 이 지프니를 탈 줄 몰라서 안 탔지만 나중에는 택시비가 아까워서 지프니만 타고 다녔다.


학원에서 쭈욱 길을 따라 오다가 우회전하니 산토니뇨 교회가 나타났다. 멀리서봐도 산토니뇨 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약 30분 동안 걸어오면서 느낀 것은 도로뿐만 아니라 인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다운타운 지역이라서 그런지 업타운과는 다른 낙후된 분위기가 존재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카톨릭이 90% 가까운 나라인 필리핀은 특유의 아시아문화와 카톨릭문화가 융합되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같은 카톨릭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마다 조금씩 틀린 대상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산토니뇨는 바로 '아기 예수'를 뜻하는데 세부에서는 산토니뇨 신앙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이쪽이 산토니뇨 교회 박물관이었는데 아쉽게도 닫혀있었다. 이상한건 책이나 표지판에도 휴무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휴무였다는 사실이었다.


산토니뇨 교회 내부로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특이한 점은 천장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맨 앞에는 산토니뇨 상과 함께 다양한 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통 카톨릭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필리핀의 경우에는 초를 태우는 것을 하나의 의식으로 여긴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서 양초를 태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회 밖에서도 양초를 파는 사람도 많이 보이는데 그냥 길가에서 양초를 태우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관광객이나 미사를 위해서 오는 사람이 많은 만큼 장난감이나 풍선을 파는 사람도 있다.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긴 했는데 굉장히 오래된 교회이자 관광지인데도 뭔가 소박한 느낌이 들었다.


산토니뇨 교회의 입구


교회 바로 앞에서는 이렇게 양초를 태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우연하게 어린아이가 물을 마시는 장면을 찍게 되었다. 물을 달라고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교회 밖을 나와서 '마젤란의 십자가'를 찾으러 한바퀴 돌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교회 안 쪽에 있었는데 사실 평범해보이는 십자가였지만 이 십자가가 병을 낫게 한다는 믿음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의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던 마젤란은 세부에 상륙할 때 가지고 왔다고 해서 마젤란의 십자가로 불리우고 있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있어 이 곳은 역사적 공간이라기 보다는 정말 순수한 예배의 장소로 보였다.

어느 정도 돌아봤다고 생각되었고 날씨도 무척 더워서 학원으로 돌아갔다. 역시 돌아갈 때도 걸어갔다.


너희들은 지붕에 어떻게 올라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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