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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늦게까지 떠들고 놀았지만 태국의 국경 도시인 치앙콩으로 향해야 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이상하게 나는 여행을 하는 도중에는 늦잠을 자본적이 거의 없었다. 집에 있을 때는 그렇게 게으르면서도 이렇게 여행을 할 때면 아무리 늦게 자도 새벽 6시만 되면 눈이 저절로 떠질 정도로 부지런했다.

라오스로 가는 일반적인 방법은 태국의 국경 도시인 치앙콩으로 가는 루트가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치앙콩과 라오스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일종의 정해진 요금이 있었지만 우리가 알아서 가기로 했다. 어차피 비싸도 200~300밧 차이였겠지만 그 돈이라도 아껴보려는 욕심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알아서 찾아가야 힘들어도 더 여행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다들 잠이 들었을 때 나와 상민이형은 치앙콩으로 가는 버스편을 알아보기 위해 치앙마이 버스터미널로 갔다. 사실 치앙마이가 태국의 제 2의 도시이긴 하지만 시내버스가 없었다. 우리나라야 아무리 작은 도시를 가도 버스가 다닐정도로 교통이 발달한 편이지만 이곳에서는 버스가 다니지 않고 흥정을 할 수밖에 없는 뚝뚝과 썽태우가 다닐 뿐이었다.


썽태우를 잡아 가격을 물어 흥정한 끝에(3년 뒤에 다시 치앙마이에 올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썽태우는 가격이 정해져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더 비싸게 받으려고 흥정에 응하는 편이다) 20밧에 치앙마이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에 가서 4명의 로컬버스 티켓을 구입했는데 고작해야 211밧(약 6000원)정도로 매우 저렴해서 깜짝 놀랐다. 돌아오는 길에도 썽태우 아저씨와 열심히 흥정을 해서 15밧에 돌아올 수 있었다. 어차피 성태우는 한 사람당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15밧이어도 2명의 비용이었던 30밧을 내야 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씻고, 체크아웃을 했다. 지나고 돌아보니 가격도 무척 저렴한 편으로 지낼만했던 숙소였다. 태국의 북부로 올라갈 수록 가격이 싸진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것 같다. 우리는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를 마무리 했다.


우리는 라오스로 가는 여정이었고, 민정누나와 민자누나는 원래 태국만 여행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헤어져야 했다. 아쉽지만 8일뒤에 만날 것을 약속했다.


라오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채우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우리 일행은 처음부터 여행을 같이했던 승우와 나를 포함해서 라오스를 함께 여행하기로 한 상민이형, 그리고 귀국 티켓을 미루게 만든 뒤 라오스로 데리고 간 경아까지 4명이었다.


썽태우를 잡아 4명에 50밧으로 흥정을 한 뒤  치앙마이 터미널까지 갔다. 우리는 흥정을 너무 잘한다며 스스로 칭찬을 하면서 말이다.


치앙마이 터미널에서 기다리며 심심했는지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사기로 해서 물을 사면서 아이스크림도 사먹었다. 근데 아이스크림은 먹을만한게 별로 없었는데 어느 아이스크림이나 너무 달아보였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버스에 올라타기 전에 화장실에 가야할거 같아서 가보니 유료였다. 정말 어쩔 수 없이 태국에서 처음으로 돈을 내고 화장실에 들어가야 했다.


드디어 치앙콩으로 가는 로컬버스에 짐을 싣고 떠날 준비를 했다. 버스는 로컬버스였지만 일일히 가방까지 확인한 뒤 스티커까지 붙여 넣어 줬다.

치앙마이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금방 떠나게 되어서 무척 아쉬웠다. 치앙마이도 참 기대를 많이 했던 곳인데 트레킹을 하고 나이트 바자를 본 것외에는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로컬버스였지만 정말 너무 좁았다. 좌석은 2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3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어 버스가 전체적으로 좁게 느껴졌고, 의자도 너무 딱딱했다. 치앙콩은 약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긴 로컬버스인데다가 가격이 저렴하니 당연한 것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무슨 말로 적혀있는지 모르는 치앙콩으로 가는 버스 티켓이었는데 4명에 211밧(약 6000원)이었다.


태국 북부의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그치기도하는 변화무쌍한 하늘이었지만 새파란 하늘과 솜사탕같은 하얀 구름이 창밖의 경치를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치앙콩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밖의 모습은 점점 도시의 형태는 없어진지 오래였고, 사람이 많지 않을거라는 그런 시골스러운 풍경만 이어졌다. 그래도 너무 경치가 아름다워서 버스에서 내려 사진을 담지 못하는게 너무 아쉬울 정도였다.


한참을 달리고 난 뒤 도착한 곳은 어느 휴게소였는데 정말 아무 것도 없었는 장소였다. 그냥 빈 공터에 휴게소와 같이 생긴 건물만 덩그러니 있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음료수 하나 사먹었는데 상민이형은 가는 길이 너무 심심하니 동남아의 과일 람부탄을 샀다. 람부탄은 성게같이 생긴 동남아 열대 과일이었는데 리치랑 비슷한 맛이 나는 과일이었다. 맛은 밋밋하지만 계속 먹다보면 중독성이 있는 과일이었다.

태국도 넓은 나라이다 보니 치앙콩까지 가는데는 7시간이 넘게 걸렸다.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버스를 타면 항상 영화를 틀어주곤 했는데 이 버스의 경우 정말이지 이런 말을 하기는 싫지만 삼류영화도 아닌 사류영화쯤되는 그런 영화를 틀어줬다. 하도 반복해서 봐서 내용을 알아 버렸는데 크리스마스 배경에 산타가 나타나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사람들을 한 명씩 죽이는 것이었다. 이 유치한 내용의 영화를 치앙콩까지 가는 동안 무려 3번이나 틀어줘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다. 졸다가 깨도 계속 반복해서 틀어줬던 영화이니 같은 내용을 보고 또 보는 그런 상황이었다.


어느 동네에 걸려있던 태극기 휘날리며의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역시 여기도 한류열풍을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산을 넘고 넘었고, 잠을 자다 깨다 반복하는 것도 지쳤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치앙콩에 도착하지 않았다. 딱딱한 의자는 점점 압박해 왔는데 이제 날은 상당히 어두워진 상태라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물론 시끄럽게 틀어줬던 삼류영화는 끝날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