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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에 세계여행 관련 이야기를 해달라는 부탁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여행가도 아니지만 여태까지 여행하며 겪었던 '경험'을 들려주는 건 가능할 것 같아 수락했는데, 그 다음이 정말 황당했다. 내가 세계일주를 하지 않은 여행자인 것을 안 주최측은 취소를 통보했다. 세계일주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연이라 아쉽지만 강연자로는 부적합할 것 같다면서 말이다. 시간이 되면 참관하러 오라는 말과 함께.


일단 굉장히 무례하게 느껴졌다. 내가 적합한지 안 적합한지는 그쪽에서도 판단은 하겠지만, 애초에 강연자를 아무나 찔러보고 결정하겠다는 심보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로그를 보고 나에게 연락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내 블로그를 제대로 안 봤다는 소리나 다름 없어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세계일주의 기준이 무엇일까? 난 정말 심각할 정도로 생각에 빠졌다. 근데 나중에 꼭 세계일주를 다녀와서 강연자로 설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왜 비아냥처럼 들리던지. 물론 나중에 사과 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담당자의 메일은 기분을 안 좋게 만들었다.


난 작년에 떠날 예정이었고, 작년에 여러 사람에게 약속한 대로 그들이 말하는 '세계일주'를 위해 떠났다. 여행을 하고 있다고 내가 특별한 놈이 되는 건 아니다. 심지어 남들이 볼 때 온갖 삽질과 개고생을 하는 답답한 여행자다. 그러나 나를 변화시킨 건 여행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삽질을 할 것이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내가 여행하는 건 아니니까.


2.

요즘 많은 사람들이 부럽다고 한다. 왜? 내가? 물론 부럽다는 말 자체가 싫은 건 아니다. 다만 부탁은 있다. 멋진 여행지에 내가 있어서 부럽다기 보다, 자유롭게 여행하는 여행자가 부럽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3.

여행 고작 7달 했기 때문에 돌아갈 마음은 아직 없다. 그러니 언제 돌아오냐는 말은 너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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