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서 밥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을 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호주 아저씨와 자연스럽게 말을 하게 됐다. 그러다 바탁 전통공연을 보러 갈 생각인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당연히 이제 막 도착한 여행자로서는 그야말로 ‘땡큐’였다. 바탁 공연이 뭔지도 모르지만, 일단 무료라고 하니까 무작정 따라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화려한 춤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춤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두 손을 합장한 채로 반복적인 움직임만 취할 뿐이다. 어쩌면 율동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뚱땅거리는 연주와 함께 비슷한 동작만 계속해서 반복했다.
대체적으로 노래는 참 흥겨웠다. 너무 어두워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기는 어려웠지만. 부킷라왕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노래가 곁들어지니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실감났다.
마지막 공연은 ‘드링킹 송’으로 술을 마신 것처럼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리얼해서 무척 재밌다. 이런 노래는 ‘취가’라고 불러야 하나.
나중에 외국인이 무지하게 찾아오기 전까지는 관객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무료라고 하기엔 충분히 즐거운 공연이었다. 관객들에게는 자발적인 관람료를 내거나 노래 시디를 구입하도록 권할 뿐이다. 그런데도 난 1만 루피아를 냈다. 배낭여행을 할 때만큼은 인색한 내가 돈을 냈단 말이다. 옆에 있던 호주 아저씨는 시디를 구입했다.
노란색의 불투명한 정글주스를 마시며, 역시 자유롭게 시작된 노래를 감상했다. 생각보다 훨씬 조용한 또바 호수였지만, 분위기는 제법 좋았다. 3만 5천 루피아짜리 싸구려 방만 빼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반응형
'지난 여행기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실은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사모시르 섬의 돌의자 (2) | 2013.12.13 |
---|---|
오토바이를 타고 또바 호수 한 바퀴, 이건 미친 짓이야! (22) | 2013.12.03 |
수마트라의 낙원, 또바 호수로 향하다 (12) | 2013.10.14 |
비가 쏟아지던 부킷라왕의 밤, 유쾌한 콘서트가 열리고 (12) | 2013.10.01 |
부킷라왕 동네 한 바퀴 돌기 (4) | 2013.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