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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CJ와 함께 대학로에서 일종의 코믹컬이라 할 수 있는 <드립걸즈>를 보고 왔다. 사전에 어떤 공연인지 확인하지 않고 갔지만 뮤지컬 드림걸즈와는 판이하게 다른 엽기적인 내용이 있을 거라는 추측은 됐다. 사실 뮤지컬을 자주 보러 가는 문화인은 아니지만 이 공연은 철저하게 웃고 즐기기만 부담이 없어 좋았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공연 티켓이었다. 정말 문화생활이라곤 눈곱만큼도 즐기지 않은 티가 절로 났다. 확실히 초대권인만큼 자리는 무척 좋았다. 무려 R석, 3번째 줄이었다.


코믹컬 <드립걸즈>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개그우먼 안영미, 정경미, 강유미, 김경아(공연에서는 인터넷에 김경미라고 쓴 경우가 많다며 제발 자신들의 이름을 제대로 써달라고 애원하곤 했다)로 구성된 멤버가 쉴 새 없이 개그 드립을 쏟아내는 공연이다. 과연 그녀들의 드립력 하나는 대단했다.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드립걸즈>가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빵빵 터졌다. KBS 23기 공채 개그우먼 조승희가 공연의 사회자 역할을 맡았는데 역시 개그의 끼가 넘쳐서 그런지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쩌면 주인공들을 위협할 정도로 정말 웃겼다. 그녀의 말로는 여태까지 몇 차례의 공연을 했지만 이렇게 호응이 좋은 관객은 처음이었다고 하니 그날 분위기도 무척 좋았나 보다. 실제로는 이 또한 립서비스(?)일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드립걸즈>는 관객들에게 익숙한 코너를 통해 웃음을 생산한다. 라이브 공연이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드립에 기대를 하고, 때로는 관객의 호응에 따라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개그가 쏟아지는 것은 확실한 매력이었다. TV에서 보는 개그 코너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이래서 다들 개그도 라이브로 관람해야 하나 보다. 

TV에서는 할 수 없는 본격 19금 개그를 선보이겠다고 했지만 사실 생각만큼 수위가 높지는 않았다. 공감할 수 없는 과한 성인 개그를 표방해 거부감이 드는 수준은 아니니 그냥 웃고 즐길만 하다. 실제로 이 공연은 19세 이상 관람가가 아니라 15세였다.  


드립걸즈의 네여자는 각자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드립이 있었다. 한때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강유미는 성형 드립,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붙여진 안영미의 성인 드립, 정경미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나이 드립, 김경아는 유일한 유부녀라 그런지 육아 드립이나 남편 드립을 쳤다. 이렇게 얘기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서로 잘났다는 드립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안영미의 처녀 드립이나 남자친구 드립이 제일 웃겼다. 

공연 자체는 무지하게 웃기고 좋았는데 너무 익숙한 캐릭터나 코너가 많았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꽃두레,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은 익숙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개그의 반전요소로는 많이 약했다. 실제로 초반에는 정말 배가 아플정도로 웃겼는데 후반부에는 익숙해서 그런지 억지 웃음이 나왔다. 어떤 유명한 코너보다도 그녀들의 드립이 더 웃겼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다시 생각해도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자체는 무척 즐겁게 관람했다. 이날은 특별히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있었다. 공연 시작 전에 미리 받았던 질문에 대해 답변도 하고, 준비된 경품도 뿌렸다. 공연을 관람하러 갔는데 경품을 주는 시간이 있는지도 그리고 그렇게 많은 경품을 뿌릴 줄 몰랐다. 대부분이 여성 관객을 위한 화장품류였지만 어떻게 그 많은 경품 중에 하나도 당첨이 되지 않았는지 나의 불운이 원망스러웠다.  


공연을 할 당시에는 분장이나 의상으로 가려지긴 했지만 확실히 연예인이라 그런지 다들 날씬하고, 정상(?)으로 보였다. 어쩌면 그게 가장 놀라웠던 점이다.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었는지 관객과의 대화가 꽤 오래 이어졌다. 나중에는 관객들을 향해 제발 좀 집에 가라고 할 정도였다. 


그녀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개그를 보고 즐거움도 즐거움이었지만, 개그우먼의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공연도 이렇게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으니 앞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드립걸즈 멤버들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