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화산, 유황 가스, 그리고 사람들 이젠 화산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어느 새벽에 깔린 뿌연 안개처럼 제대로 앞을 볼 수 없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자는 끊임없이 솟구치는 유황 가스에 의해 시야와 호흡을 단절시켜버렸다. 그만큼 따가웠다. 이런 유황 가스를 뚫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저마다 두 개의 바구니를 어깨에 이고 올라오는데 그 바구니에는 유황이 몇 덩이씩 들어 있었다. 이런 화산에 길이 잘 닦여 있을 리가 없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은 물론, 바위 위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다녀도 힘든데 이들은 유황을 캐서 산 아래까지 간다. 그것도 매일, 숨이 막힐 정도로 따가운 유황 가스를 마시면서 말이다. 이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기가 어려웠다. ..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유황 가스로 자욱한 이젠 화산(Gunung Ijen) 뭔가 정신 없는 아침이었다. 새벽에 다 일찍 깨웠는데 우리만 깨우지 않아 늦게 일어났고, 겨우 준비해서 이젠 화산으로 가나 했는데 이번에는 차를 타면 다시 숙소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에 짐을 챙겨야 했다. 이런건 좀 진작 알려줬어야지 순식간에 민폐 여행자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출발하긴 했는데 별로 친하지 않았던 서양 여행자들은 은근슬쩍 늦었다고 눈치를 줬다. 숙소에서 이젠 화산의 입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너무 깊숙한 오지인 탓에 평탄하지 않은 길을 아주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었다. 대략 10명 정도 되는 무리를 데려다 준 곳은 어느 공터였다. 여기가 바로 이젠 화산의 입구인듯 한데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전날 브로모 화산을 오르고, 또 다시 엄청난 거리를 이동한 끝에 도착한 이젠 ..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너무나 황홀했던 브로모 화산의 일출 피곤이 가시기도 전이었던 새벽 3시 반에 일어났다. 인도네시아 배낭여행을 하기 전부터 보로부두르와 더불어 가장 기대했던 브로모 화산을 오르기 위해서였다. 브로모 화산은 이른 아침부터 그것도 무려 새벽 4시부터 시작되었다. 우려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나는 일찍 일어나 씻고, 남들보다 일찍 준비를 마쳤다. 이제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새벽부터 게스트하우스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이 사람들의 목적은 모자나 장갑 등을 팔기 위함이었다. 그랬다. 브로모는 정말 추워도 너무 추웠던 것이다. 전날 브로모 화산에 도착했을 때부터 엄습했던 추위는 인도네시아의 날씨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항상 반바지, 반팔에 쪼리를 신고 다녔는데 이날만큼은 긴바지에 겉옷까지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물건을 사달라는 ..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