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과 수증기로 뒤덮힌 시끼당 지열지대 아르주나 사원을 뒤로 하고 찾아간 곳은 시끼당 지열지대(Kawah Sikidang)였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할 때는 늘 그랬지만 시끼당 지대가 어딘지 파악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뭐가 있는지는 미리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운전하던 아저씨는 우리에게 다음 장소가 '크레이터'라고 했기 때문에 더 예측하기 어려웠다. 크레이터라면 그냥 움푹 패인 그런 땅을 말하는 것일까? 크레이터를 보기 위해서는 기념품 가게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된다. 곧바로 넓게 펼쳐진 장소에는 생명체는 살지 않을 것 같은 척박한 땅과 거침없이 솟구치던 수증기가 보였다. 처음 본다면 무척 신기할지도 모르지만 난 어디선가 익숙한 풍경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일본에서 지옥이라고 불리던 운젠과 너무도 닮았던 것이다. 벌써부터 계란이 썩은 듯한 유황냄새가..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디엥고원 힌두교 유적지, 아르주나 사원 디엥고원 투어는 데려다 주는데로 가면 되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부분은 없었다. 그저 운전하던 아저씨가 다음 목적지는 사원이라고 하면 알겠다고 대답하는 정도였다. 정말 다음 목적지는 사원이었다. 론리플래닛을 보니 아르주나 사원(Arjuna Complex)라고 되어있었다. 지도에 몇 개의 사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것처럼 생각되었다. 디엥고원 내에서는 각 관광지마다 이동거리가 짧은 탓에 차를 타고는 금방 도착한다. 이는 아르주나도 그랬고, 그 다음 관광지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각 관광지를 살펴 볼 수 있었다. 대신에 가이드는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깊은 산골짜기에 가이드가 있을리 만무하고, 이 투어의 경우 순전히 교통만 제공하는거라 아저씨는 그냥 운전만 했..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즐겨먹는 박소에 반하다 티파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아주 안 좋은 추억이 있긴 하지만 사실 가격도 나쁘지 않은데다가 아침도 제공해 준다는 장점이 있었다. 오히려 20만 루피아가 넘었던 사쿠라 게스트하우스보다 더 나았는데 2층에 올라 계란과 토스트, 그리고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2층의 좁은 발코니에서 아침을 먹는데 상쾌한 기분이 들어 무척 좋았다. 빼곡한 건물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내려오고, 바람은 적당했다. 아래에는 부지런한 여행자들이 좁은 골목 사이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실로 오랜만에 여행자의 기분이 느껴졌다. 불과 몇 달 전에 일본을 다녀왔지만 사람과 건물로 빼곡한 현대의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진짜 여행이라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마냥 거리를 구경하고, 사람들을 마주 대할수..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동남아 최대 힌두교 신전, 프람바난의 위용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동남아 최대 힌두교 사원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이 엄청난 규모의 사원은 9~10세기에 지어졌다가 16세기에 대지진으로 인해 묻혀 사라지나 싶었지만, 1918년부터 발굴과 재건을 한 끝에 1953년 주 건물을 완성시켰다. 2006년도에도 지진으로 인해 손상을 입었고, 여전히 곳곳에서 복원 작업이 한창인 이곳은 바로 찬디 프람바난(Candi Prambanan)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믿는 종교는 이슬람이다. 하지만 족자카르타의 가장 가까운 유적지 두 곳은 이슬람과 전혀 관련이 없다. 여기 눈앞에 있는 프람바난 사원은 다름 아닌 힌두교 유적지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인도네시아 여행은 자연 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와 문화까지 ..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트랜스 족자를 타고 프람바난으로 가다 족자카르타의 여행자 거리 소스로위자얀은 여러모로 재미있는 곳이었다. 여느 다른 나라의 여행자 거리와 마찬가지로 배낭족들이 모여드는 곳이라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이 늘어서 있고,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도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여행자 거리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다는 점이다. 아침이나 낮이 되면 훨씬 한적한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복잡한 골목을 거닐기만 해도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소스로위자얀에는 중심 거리와 좁은 골목인 갱(Gang)이 있다. 보통 두 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골목인데 대부분의 숙소는 이 갱에 들어가야 보인다. 태국의 대표적인 여행자 거리인 카오산로드와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그런대로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이 빼..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자네, 베짝을 탈 생각은 없는가? 족자카르타의 중심가만 따지고 보면 걸어 다니기 힘든 곳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술탄 왕궁과 물의 궁전까지 걸어 다니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술탄 왕궁을 거쳐 물의 궁전을 걸어 갔고, 돌아갈 때도 걸어서 갈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점심에 게스트하우스를 옮길 생각이라 12시 전까지 가야 했던 것이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있는 곳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걷는 것도 문제지만 헤매다가 늦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걸어서 갈 수는 있지만 술탄 왕궁보다 물의 궁전은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더 멀리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거리를 걸었다. 족자카르타는 여행하는 즐거움을 더해 주는 분위기였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후궁들이 목욕했던 요염한 물의 궁전(타만사리) '나는 물의 궁전(Taman Sari)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냥 발길 가는데로 가다보니 정작 내가 물의 궁전으로 잘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걷다가 목이 말라서 작은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물 한병을 구입해서 벌컥벌컥 마신 후 또 걸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당시 적어 놓은 메모에는 물의 궁전을 가는 도중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고 하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누군지 모르겠다.) 물의 궁전으로 가까워지는지 멀어지는지 모르는 채로 걷고 있으면 항상 베짝 아저씨들이 접근해 온다. 술탄 왕궁을 가고 싶으면 내 베짝을 타라면서 말이다. 족자카르타에는 이렇게 영업 중인 베짝이 너무 많다. 한 블럭을 지날 때마다 베짝 아저씨 두세 사람을 만나니 ..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