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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글을 쓰려고 보니 참 오래전 이야기다. 그래 좀 민망할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다. 요즘 정신이 없다보니 블로그에 통 신경을 못 써서 그런듯 하기도 한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내가 무지하게 바빴던 것도 아니라 딱히 핑계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 핑계거리로는 대책없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떠났던 오키나와 여행이 적당하겠다.

어쨌든 아주 아주 오래전에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라이브스팟' 홍보담당자님께서 트윗을 날렸는데 그 내용이 참 어이가 없었다.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사이인데 괜히 트위터에서 어디에 있냐며 저녁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고 하는 것이었다. 트윗을 날린 시각은 무려 2시간 전. 이분 왜 전화나 문자로 얘기를 안 하고 트위터로 약속을 잡으려고 하는건지 그게 좀 웃겼다. 그래서 곧바로 전화를 했고,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니까 강남쪽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아버렸다.

약 1시간 뒤에 강남역 7번 출구에서 라이브스팟 홍보팀장님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진과 똑같아서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7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한명 뿐이었으니 당연히 서로 알 수밖에 없었다. 당시를 회상한 라이브스팟 홍보팀장님은 내가 후질근하게 나올 줄 알았다면서 적잖아 놀랐다고 했다. 그렇다는 말은 평소 블로그에서 보여지는 내 이미지가 그렇다는 말인가? 아무튼 우린 만나자마자 라이브스팟을 알리려는 애사심에 불타는 홍보팀장님의 안내에 따라 미스터락(Mr. 樂)에 갔다.


미스터락에 가자마자 라이브스팟을 아주 자랑스럽게 꺼내보이며 종업원에게 "이거 할인되는거 맞죠?" 라고 말을 하며 눈웃음을 지으셨는데 뜻밖에도 금요일과 토요일은 할인이 되지 않는 조건이 있다고 얘기를 했다. 순간 당황하신 홍보팀장님께 "혹시 라이브스팟 홍보 담당자 맞으세요?" 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렇게 첫만남부터 웃음거리를 안겨주신 분은 정말 왈가닥 그 자체였다.


아무튼 할인을 받지 못한 채로 주문을 하기는 했지만 미스터락의 세트메뉴는 상당히 괜찮았다. 오뎅탕은 맛도 있었지만 양도 참 푸짐했다. 부드러운 사케의 안주로는 딱이었다. 너무 배부르게 먹은 하루라서 더는 안 들어갈 줄 알았는데 덕분에 여기에서 또 집어먹기 시작했다.


간단한 샐러드와 꼬치도 나와서 둘이 먹기엔 충분한 양이었다. 3만 8천원이라면 아무리 맛있고 양이 많다고 하더라도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는 있겠지만 라이브스팟을 이용해서 2만 4천원에 먹을 수 있다면 가격대비 상당히 괜찮은 메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돗쿠리 사케를 마신 후에 우리는 청하를 마시면서 무지하게 수다를 떨었다. 처음 만난 사람하고 이렇게 재미있게 대화를 해본적도 참 오랜만이었다.

"라이브스팟 홍보팀장님이랑 만났으니 사진도 많이 찍어야 하지 않나요?"
"괜찮아요. 괜찮아."

무사태평하신 이분과 일때문에 만났다고는 하지만 사실 일에 대해서 뭘 얘기를 하긴 했던가? 물론 라이브스팟 홍보한다고 발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도 좀 듣고, 어플 소개도 많이 해달라고 내 손에 작은 홍보물을 쥐어주기는 했지만 그냥 먹고 마셨던 기억밖에 없다.

만약 라이브스팟을 이용해서 서울의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분이라면 꼭 조건도 살펴보라는 교훈을 남긴 선례를 남겼을 뿐이다. 그래서 더 친근함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할인받지도 않은 세트메뉴를 먹고 "킹왕짱이예요" 라고 거짓말을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락도 라이브스팟도 참 괜찮다고 느꼈다. 다음에는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어도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라이브스팟을 제대로 이용해보고 후기를 알려야 겠다.

* 아쉽게도 현재 미스터 락의 할인 프로모션은 끝났다고 한다.

라이브스팟 블로그 : http://blog.lives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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