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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에서 가까운 지역을 어디로 가볼까 하다가 카라츠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후쿠오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이곳에서 먹는 오징어 회가 무척 독특해 보였던 것이다. 한군데라도 더 돌아보자는 욕심이 앞서 목적지는 바로 카라츠로 정해버렸다.


일단 하카타역으로 왔지만 먼저 돈부터 찾아야 했다. 당연히 하카타역이라면 은행도 있고, ATM도 있어 돈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관광안내센터에 가서 돈을 찾고 싶다고 물어보니 세븐일레븐에 가라고 알려줬다. 하카타역을 나와 바로 보이는 패밀리마트에 들어가서 카드를 집어 넣고 돈이 나오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다른 편의점으로 가도 역시 ATM에서 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마 10군데는 넘게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근처에 있는 편의점과 은행을 다 돌아다니며 ATM 앞에 섰지만 전부 다 돈을 찾을 수 없었다. 여태까지 해외에서 이런 일은 없었는데 왜 이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세븐일레븐을 발견했는데 혹시나 싶어 ATM에 카드를 집어 넣어봤다. 그런데 돈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 세븐일레븐 ATM만 특별한 것일까? 30분 넘게 시간을 허비해 겨우 돈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하카타역으로 돌아와 카라츠로 가는 방법을 물어봤다. JR직원은 친절하게도 지하철 입구까지 나를 데려다 주면서 일단 메이노하마Meinohama로 가라고 알려줬다.


하루에 최소 2번 이상 지하철을 타기 때문에 일일패스권을 구입했다. 후쿠오카는 공휴일에 일일패스권이 500엔으로 할인이 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왼쪽에 One-day Ticket을 누르고 돈을 집어 넣으면 승차권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지하철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후쿠오카의 지하철을 타고 메이노하마역으로 갔다.
 

주황색 라인의 끝이 바로 메이노하마역이었는데 굉장히 한적해 보였다. 주로 교외지역으로 가는 사람들이 타는 보통선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여기에서 카라츠로 가는 회색 라인의 열차를 타면 되는데 여기는 후쿠오카 일일패스로 탈 수 없다. 지하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밑으로 내려가 물어보니 JR패스 소지자는 그냥 탈 수 있다고 알려줬다.


카라츠로 가는 열차가 오려면 20분도 넘게 기다려야 해서 아래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잡지를 꺼내서 보는데 여기에서도 K-POP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걸그룹인 소녀시대와 카라를 보니 참 신기했다.


잠시 후 트랙 4에서 카라츠로 가는 보통열차를 탔다. 카라츠에 대해서는 오로지 오징어 회만 생각하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막상 도착해서 뭘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다.


열차는 도심지를 빠르게 벗어나더니 이내 시골스러운 지역을 달렸다. 후쿠오카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도 분위기는 너무도 달랐다. 보통열차를 타고 달리지만 아주 먼 지역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이 열차에도 역무원이 등장해서 일일이 표를 검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왔다. 카라츠가 후쿠오카에서 지하철과 보통열차로만 올 수 있는 지역이긴 하지만 생각만큼 아주 가까웠던 것도 아니었다. 후쿠오카에서 출발한지 1시간 넘게 달려 드디어 카라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라츠에 도착하자마자 관광안내센터에 가서 지도를 얻고, 오징어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물어봤다. 오징어 회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버벅거리다가 겨우 설명을 했다. 오징어를 대충 알아 들으시고는 몇 군데의 식당을 지도에 표시해 주셨다. 근데 대화를 나눠보니 오징어 회가 유명한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역에서 가까운 곳에 식당이 있다고 알려줬지만 그래도 바다까지는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카라츠도 걸어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바다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오징어 회를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날씨가 쌀쌀한 탓도 있었겠지만 카라츠는 정말 한적해 보이는 동네였다. 거리에 차도 별로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심지어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탓에 나같이 찾아오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걸어왔다. 바다가 보였지만 한겨울이라 사람도 없었고, 조용했다. 그나마 조금 특별하다면 멀리 카라츠 성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강아지와 함께 동네 한바퀴 산책하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카라츠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것 같다.


너무 배고파서 아까 알려주신 식당을 찾아갔다. 근데 멀리서 보니 식당이 너무 고급스러워 보였다. 혹시나 비싸면 어쩌나 싶어서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들어갔다. 오징어 회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와서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2층으로 안내해줬다. 아마 이런 식당에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외국인의 등장에 식당 아주머니들은 일본어로 말을 해보려고 애쓰셨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메뉴판에 사진이 있다는 점이랄까? 사진이 보이는 오징어를 가리키며 이것을 먹고 싶다고 하니까 일본어로 뭐라고 하셨다. 그렇게 주문이 이뤄졌다.


드디어 그렇게 먹고 싶었던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고 싶었던 오징어 회가 등장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여기는 오징어를 잘게 잘라서 주는 것이 아니라 거의 통채로 줬다.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머리 부분을 잘라서 나오는데 이 부분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먹으면 된다. 물론 오징어 회 맛도 끝내준다.


일본스러운 사이드 음식도 나온다.


딤섬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만두 비슷한 요리도 나왔다. 면이 둘러싸인 모양이라 독특하게 느껴졌다.

오징어 회를 혼자서 열심히 먹었다. 일본에서 먹어 보는 맛있는 오징어 회라는 것도 있지만 실은 이게 2600엔 정도라 평소에 내가 먹는 음식의 몇 배였다. 그러니 열심히 먹어야 했다. 물론 쫄깃한 오징어 회를 먹다보면 계속 입에 들어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오징어 머리 부분에 있는 회를 다 먹으니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뭐라고 말하셨다. 당연히 나는 알아듣지 못했는데 2개를 선택하라는 이야기 같았다. 첫 번째는 잘 모르겠지만 두 번째는 '덴푸라'라고 말을 해서 덴푸라라고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알았다면서 내가 먹다 남은 오징어를 가지고 가셨다.


그렇게 나온게 바로 오징어 튀김이었다. 처음에 오징어 다리는 어떻게 먹나 걱정했는데 이제보니 오징어 회를 먹고, 남은 다리나 몸통을 튀김으로 주는 것이었다. 덴푸라로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튀김으로 나오는 것인데 첫 번째 음식은 뭐였을지 조금 궁금했다. 아무튼 오징어 튀김도 열심히 먹었다. 이때부터 배불러지기 시작해 먹는 속도가 더뎌졌다.


덴푸라를 다 먹고 마지막으로 후식까지 깨끗하게 먹었다. 배고팠으니 망정이지 혼자 먹기엔 너무 배부른 양이었다. 오징어 회를 비롯해서 사이드 음식이 나오고, 덴푸라까지 먹었으니 말이다. 둘이서 먹으면 양이나 가격이나 딱 적당해 보였다. 다른 동네에도 이런 오징어 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카라츠에서 먹을 수 있는 오징어 회는 좀 특별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던 오징어 회 하나로도 카라츠에 온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