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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는 구마모토에서 페리를 타고 시마바라에 도착한 후 나가사키로 곧장 이동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중간에 무척 신기하고도 재미있을 장소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곳이 바로 운젠이다. 과거 지옥이라 불렸을 정도로 수증기가 도시를 감싸고 있고, 유황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한다.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친다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가사키에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운젠은 꼭 보고 가자고 다짐을 했다.


운젠으로 가는 버스는 시마바라 역에 있었던 버스정류장에서 탈 수 있었다. 열심히 뛰어와서 그런지 다행히 버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진짜 이날은 하루 종일 뛰고, 돌아다녔던 기억만 있었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했는데 기사님께 운젠으로 가는 것이 맞는지 확인을 한 후에야 자리에 앉았다. 큐슈 여행을 하는 내내 이렇게 물어보며 버스를 타고, 열차를 타던 때가 많았다. 어쩐지 더 쉬울거라는 여행이 항상 물어보고, 찾아다니고, 또는 뛰어다니니 다른 여행지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아무튼 버스는 운젠으로 가는 것이 맞나보다. 시마바라에서 무려 22km나 떨어져 있다는 이정표를 보니 확실히 금방 도착할 것 같지는 않았다.


시골마을의 한적한 버스에 앉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잠시 나는 이내 골아 떨어졌다. 버스는 점차 깊은 산속으로 달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구불구불한 도로에 접어들었다. 정말 정신없이 졸았나 보다. 꽤 오랜시간이 지난 뒤에 정신을 차려보니 운젠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거리를 바라보면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멀리서 수증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모습만 봐도 이 마을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 여기가 바로 그 지옥이란 말이지?'

발걸음을 재촉하며 운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지옥순례'를 찾아갔다. 사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감각을 찾지는 못했지만 운젠은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내가 내렸던 버스정류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어렵지 않게 지옥순례의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운젠에도 역시 한글 안내판은 갖춰놓고 있었다. 그런데 입장료는 없나보다. 이런 장소를 돈을 받지 않고 운영하다니 나에게는 완전 행운이나 다름없다. 어쨌든 이제 슬슬 지옥의 문으로 들어가 볼까나?


운젠의 지옥순례는 산중턱을 오르는 산책로의 형태인데 사람이 걷는 길을 제외하고는 수증기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고, 간혹 부글부글 끓는 물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들어서자마자 유황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과연 지옥이라고 불릴만한 곳이었다.


유황냄새가 코를 자극하기는 했지만 이 신비로운 풍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본인 단체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내 앞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도 "스고이네. 스고이." 라고 말하면서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 찍는데 정신이 없었다. 물론 나도 그들과 일행인척 구경도 하다가 부탁이 있으면 사진도 찍어주곤 했다.


천천히 걸었다. 그러면서도 주변의 풍경을 보면서 쉬지않고 사진을 찍으며 기록으로 남겼다. 아마 일본을 여행하면서 자연의 모습을 보고 감탄을 했던적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간혹 보이는 온천수는 얼마나 뜨거울지 궁금했다.


난생처음 보는 풍경에 넋을 잃어서 그런지 내 발걸음은 유난히 더뎠다.


이렇게 멋진 장소가 운젠이었는데 만약 그냥 지나쳤다면 크게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하루종일 뛰고난 후 오르막길을 오르는 신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운젠의 지옥순례는 각기 다른 모습을 지옥으로 표현해서 바위지옥, 아비규환지옥, 여인지옥, 참새지옥, 야하타지옥, 달표면지옥 등으로 구역마다 불리고 있다. 물론 나는 지옥의 모습만 살펴보느라 어느 구역이 어떤 지옥인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이런 신기한 볼거리가 무료라는 점에서 나는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이 온천수는 발을 담그라고 있는 것일까?

운젠의 지옥순례는 산책로를 따라서 걸으면서 이동하는 것이 전부였고, 끝까지 이동하면 버스정류장이 있던 곳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니까 지옥순례를 마치고는 운젠 마을의 출발지로 돌아오면 되는 형태였다. 나는 천천히 둘러보고 사진도 많이 찍느라 1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걸어 내려오던 도중 이곳의 수로 혹은 하수구를 보게 되었는데 여기에서도 수증기가 올라오고 온천수가 흐르고 있었다. 역시 운젠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족욕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족욕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족욕을 하면 신발도 벗어야 하고, 발도 말려야 하니까 그 시간에 운젠을 돌아보는 것을 선택했다. 근데 대체 발 닦아 수건은 어느 나라 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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