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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신혼여행으로 간다는 오키나와를 배낭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떠난다고 글을 올렸을 때 너무 대책이 없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큰 문제없이 잘 다녔습니다. 역시 배낭여행자라서 그런지 무대책이어도 걱정이 없더라고요.


오키나와는 제 생각보다 훨씬 큰 지역이었습니다. 저는 작은 섬이라 걷거나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기에도 충분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나하도 인구가 40만이나 되고, 오키나와 전체지역의 인구는 무려 130만이었습니다. 오키나와 본섬은 고속도로가 있긴 하지만 남쪽에서 북쪽까지도 차를 타고 4시간은 넘게 걸리는 꽤 큰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지역이다보니 배낭여행자에게는 치명적이었습니다. 가뜩이나 교통비가 비싼 일본인데 렌터카 없이 다니려고 하니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볼만한 장소가 많았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츄라우미 아쿠아리움 정도만 볼만했다고 할까요?


설상가상으로 이번 여행은 4일 내내 비가 왔습니다.


이번 여행을 결론짓자면 오키나와는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였지만 오키나와 여행은 너무 좋았습니다. 뭔가 좀 모순되는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오키나와는 유명세에 비해 그닥 볼만한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행지로서의 매력도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섬으로 가보니 해변이 아름답기는 했지만 제주도가 훨씬 낫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꼭 멋진 장소를 봐야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번에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오키나와도 별로였고, 날씨도 별로였던 여행이었지만 이 친구들 덕분에 너무 즐거웠습니다. 밤새도록 구글번역을 이용해서 필담을 나누기도 하고, 2NE1과 빅뱅을 특히 좋아한다는 친구와는 유튜브로 같이 음악 감상도 하고, 또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친구들을 만나 북부지역을 같이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떠나는 날,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고 작별인사를 나눴는데 이 친구들은 게스트하우스 밖으로 나와 우리가 돌아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사랑해요" 라고 외치면서 손을 마구 흔들었습니다. 아주 짧은 인연이었지만 한국인의 소유로만 생각했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래서 저는 오키나와는 별로였지만 오키나와 여행은 즐거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과의 만남은 어떤 멋진 여행보다도 소중하고 값진 것이니까요. 한국에 돌아와서 페이스북을 확인해 보니 사키가 이런 글을 남겼네요.

"너희가 떠난 이후 오키나와는 해가 쨍쨍해. 다시 오키나와로 놀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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