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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보다 일본은 훨씬 더 가까운 나라였다. 막연하게 가까운 나라 그중에서도 도쿄나 오사카만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큐슈여행을 하면서 일본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운 나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큐슈는 일본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4개의 섬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곳으로 한국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얼마나 가깝냐면 부산에서 배를 타면 3시간만에 큐슈에 도착할 수 있고, 비행기를 이용하면 불과 1시간만에 도착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깝다는 대마도 역시 큐슈의 나가사키현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면 큐슈가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다. 


항공편을 이용하면 보통 큐슈의 거점도시인 후쿠오카로 들어가게 되는데 나 역시 그랬다. 큐슈의 가장 큰 도시인 후쿠오카로 입국을 한 뒤 JR노선을 이용해 일주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항공편은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사실 정상적으로 이용해 본 것은 처음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이코노미석인데 탑승하니 비지니스석으로 타게 되었다. 내 평생 처음으로 비지니스석에 앉아 보는 순간이었는데 정말 편하고 넓었다. 아쉬운 것은 비지니스석이었지만 일본까지는 불과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아서 비지니스석이나 이코노미석이나 큰 차이를 경험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비행시간이 너무 짧아 영화 한편도 볼 수 없었다. 


이륙하자마자 빠르게 기내식이 나왔다. 아무래도 너무 짧은 비행시간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빵으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내가 타보았던 국제선 비행기 중에서는 가장 짧은 비행시간이 방콕과 양곤행이었는데 이번 후쿠오카 여행 중에 탔던 비행기는 더 짧았다.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착륙준비를 한다고 기내가 분주해졌다. 새삼 비행기가 정말 빠르다는 사실과 일본이 정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아침 8시 비행기로 출발했는데 9시에 후쿠오카에 도착한 것이다. 물론 입국심사 등을 거치니 해외에 나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는 했지만 보통 아침에 출발을 해서 오후 늦게 도착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후쿠오카에서 시내까지 나가려면 지하철을 이용하면 되는데 국제선까지 이어지는 지하철은 없다. 따라서 밖으로 나가 국내선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국제선 터미널에서 밖으로 나가면 바로 보이기 때문에 찾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게다가 후쿠오카 국내선으로 가는 셔틀버스는 자주 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다음 버스를 기다리면 쉽게 갈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많이 도착하는 시간대에는 최소 5편에서 9편까지 운행되고 있었다. 


항상 공항이나 터미널에 도착하면 얻게 되는 것이 바로 지도인데 일본에서는 각 지역별 지도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공항에서 미처 얻지 못했더라 하더라도 하카타역의 인포메이션센터에 가면 지도와 할인쿠폰을 얻을 수 있어 여행을 보다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여행을 할 때면 대부분 영어로 된 지도를 얻기 마련인데 확실히 일본은 가까운 나라라서 그런가 한국어로 된 안내문구와 지도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일본 여행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은 까닭은 바로 이러한 점이 아닐까 싶다. 


국내선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약 15분 정도 타고 내리니 멀리서 '지하철'이라고 써있는 한글이 선명하게 보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익숙했는데 한글이 곳곳에서 보이니 낯설지 않았다. 아니 너무 해외라고 느껴지지 않는 문제도 조금 있었다. 


지하철 타기에 앞서서 티켓을 어떻게 구매해야 하는지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일본어가 아니라 영어로도 구입이 가능하지만 일어라도 방법은 간단했는데 우선 내가 가려는 곳이 하카타역(250엔)이었기 때문에 250이라는 숫자를 누르고 1개만 구입하겠다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1000엔짜리 지폐를 넣으니 곧바로 승차권이 나왔다. 


지금은 카드형태로 바뀌었지만 예전의 서울 지하철 승차권과 매우 비슷하게 보였다. 

국내선 공항에서 하카타역까지는 고작해야 1개의 역을 사이에 두고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보통 일반적으로 공항에서 내려 시내까지 한참갔던 것에 비하면 이렇게 빠른 시간에 중심권으로 이동할 수 있다니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카타역에서 JR의 유일한 한국직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면서 JR패스(정확히는 JR 큐슈레일패스)를 발급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JR패스를 가지고 어떻게 이용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한 두번 써보고 나서 이 패스의 위대함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큐슈레일패스이기 때문에 큐슈지역의 열차노선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이용권인데 크게는 예약해서 갈 수 있는 노선부터 작은 마을을 연결해주는 JR노선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기한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일정에 맞춰서 이용을 해야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이 큐슈레일패스를 가지고 돌아다닌 이동거리와 횟수를 계산하면 충분히 본전은 뽑았다고 볼 수 있다. 


미야자키로 가는 야간열차 예매를 마치고 하카타역 밖으로 나갔다. 하카타역은 새단장 중이라 주변이 온통 공사장이었다. 내년에 커다란 백화점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후쿠오카 사람들의 쇼핑센터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밖으로 나와서는 무작정 걸었다. 우선 후쿠오카의 지리를 익히기 위함도 있었고, 일본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날씨는 정말 화창했다. 아직 낙엽도 지지않은 후쿠오카의 거리는 따스한 햇살에 벌써 겨울이 끝난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외투를 벗고 돌아다닐 정도였으니 그 따스함이 겨울이라고 하기엔 지나쳤다. 


하카타역에서 나카스까지 걸어갔다. 따스한 기운을 가득담고 있었던 후쿠오카였는데 분명 뭔가 다르긴 했는데 내가 해외에 와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실감이 되지 않았다. 불과 아침 8시에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는데 여전히 이른 시각에 후쿠오카 한복판에 있었으니 말이다. 일본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는 이렇게 일본이 가까웠냐며 깜짝 놀라고 있었다. 거리에 있던 벤치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사람들을 구경하며 그런 생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