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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왔을 때 나중에 돈을 모아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 여행과 스카이다이빙이었다. 비록 가격은 무척 비쌌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호주에서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스카이다이빙을 하던 날 나는 이상하게도 무섭다기보다 빨리 해보고 싶다는 즐거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픽업 차량은 우리를 다시 태우러 왔고, 스카이다이빙을 위한 사무실로 데려다주었다. 화이트보드에 내 이름이 적히니 드디어 뛰어내릴 시간이 다가온 듯 했다.


스카이다이빙은 높이에 따라 가격도 틀리고, 사진을 찍느냐 동영상을 촬영하느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틀리다. 또 나의 경우는 DVD제작에다가 솔로 동영상을 했는데 이럴 경우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 다른 사람이 같이 뛰어내려서 촬영하는 방법으로 가장 비싼 옵션이었다. 사진 촬영은 따로 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가격 문제로 그냥 동영상을 캡춰하기로 했다.


혁철이의 지각 사건때문에 원래 예정된 시간보다 살짝 늦어지게 되었다. 기다리는동안 바지를 입고, 사무실에 준비되어있는 TV로 스카이다이빙하는 모습을 계속 봤다. 영상을 보면 볼 수록 빨리하고 싶어졌다.


스카이다이빙을 혼자 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 담당하는 사람이 장비를 챙겨주고 난 후 기본적인 교육이 이루어졌다.


나와 같이 뛰었던 멤버들은 일본인 1명 외에 서양인 3명이었는데 특히 내 옆에 있었던 여자는 무섭다고 난리는 피우는데 어찌나 시끄럽던지 귀가 아플지경이었다. 다이빙을 하러 가기전에 사무실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출발했다.

케언즈에서 스카이다이빙은 2개의 코스로 나뉘어져있었는데 케언즈에서 하느냐 아니면 좀 더 멀리있는 해변가에서 하느냐의 차이였는데 케언즈에서 하는 편이 가격도 싸고, 거리때문에 훨씬 일찍 끝난다. 하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해변에서 하는게 훨씬 멋지다고 하기는 했다.


케언즈 도심에서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공항에서 우리는 작은 경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는 우리가 전부 탔을 때 가득찰 정도로 매우 작았다. '이 비행기가 과연 14000피트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정도로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그런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털털거리며 고개를 넘어가듯 하늘을 올라갔다. 케언즈의 도심이 점점 작아지고, 내가 하늘 위로 올라가는게 실감이 났다. 한참을 올라갔는데 나의 동영상을 찍어줬던 맥스가 아직 6000피트 밖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알려줬다. 그 후로 몇 분 뒤에는 케언즈의 도심은 커녕 땅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창문에서 바라보니 온통 구름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제 너희들은 죽었다"

이 와중에도 내 뒤에 있던 여자는 제발 내려달라며 애원을 하고 있었다. 대체 그럴거면 왜 돈을 내고 스카이다이빙을 하겠다고 했는지 웃기기만 했다. 근데 나는 하늘로 올라가는 동안에도 이상하게 긴장감이나 두려움이 없었다. 너무 신나서 그랬나?


드디어 내 앞쪽의 문이 열리고 이제 하늘 위에서 뛸 준비가 다 되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긴장감은 전혀 없었는데 내 앞의 일본인이 뛰어 내릴 때는 식겁했다. 그러니까 문이 열리자마자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휙 뛰어내리는데 그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조그만한 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가 두번 째로 앉아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내 차례가 왔다.


드디어 나도 드넓은 하늘에 몸을 맡긴채 뛰어내렸다!


뛰어내리는 동시에 느껴지는 새찬 바람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느낌보다는 하늘을 날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구름은 나보다도 한참 아래에 있었을 정도니 얼마나 높은 높이인지 도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14000피트에서 뛰어내려도 낙하산을 펴기 전까지는 고작해야 1분밖에 되지않았다. 하지만 하늘을 날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을 정도로 너무 신났다.

생각보다 1분은 금방 지나갔고 나의 생명줄이었던 낙하산이 펼쳐졌다. 낙하산이 펼쳐진 후에도 한참이나 높은 위치였다. 땅은 아직도 까마득했고, 내 발은 여전히 허공에 놓여져있었던 것이었다. 이 때의 기분이 무척이나 몽환적이었다. 마치 꿈속의 한장면인 것처럼 느껴졌고 하늘에 그냥 둥실 둥실 떠있는 기분만 들었다.

낙하산을 직접 조종해보지 않겠냐는 말에 손잡이 2개를 건내받고 몇 번 왔다갔다 해봤다. 오른쪽 것을 당기니 오른쪽으로 움직였고, 왼쪽 것을 당기니 왼쪽으로 움직였다.


한 10분쯤 지났을 무렵에야 땅을 밟아볼 수 있었다. 저 멀리 하늘 위에서 뛰어내렸다고 하니 너무 너무 신기하기만 했다. 출발부터 유난히 시끄러웠던 여자는 뛰어내리고 난 후에도 여전히 시끄러웠는데 반응은 정반대였다. 콩콩 뛰면서 너무 재미있다며 또 뛰고 싶다고 소리를 질렀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난 뒤 1시간 뒤에 찾아가보니 사무실 앞에서 찍었던 사진과 함께 14000피트에서 뛰어내렸다는 증명서가 있었고, 그 옆에는 내 DVD가 있었다.


DVD는 약 8분가량으로 첫 출발부터 낙하산타고 내려온 전 과정을 잘 편집해서 담아놨다. 


이것을 방금 전에 살짝 편집해서 3분가량으로 줄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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