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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부활절로 며칠을 쉬게된 우리는 또 다시 지겨운 휴일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캔버라로 놀러가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호주의 수도를 시드니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멜번이라고 하지만 사실 캔버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캔버라는 멜번과 시드니 사이에서 수도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새로운 자리에서 수도를 건설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캔버라의 인구는 고작해야 30만명으로 시드니 400만과 멜번 350만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작은 도시로 보이지만 명실상부한 한 나라의 수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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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있었던 배틀로에서도 그리 멀어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하면 금방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캔버라로 가는 길은 호주 제 1의 도시 시드니로 가는 고속도로였기 때문에 넓직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씻고 달리니 캔버라까지는 약 2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캔버라로 들어서자마자 도로 위에 가득한 차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시골 마을에 있다보니 캔버라에 있는 많은 차들이 어색하기까지 했는데 아무리 캔버라가 작은 도시라고 해도 한 나라의 수도인만큼 차도 많고, 빌딩도 많이 보였다.


우선 'City'까지 간 후에 근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점심으로는 좀 이르긴 했지만 아침도 안 먹었기 때문에 우선 밥부터 먹자고 시티를 돌아다녔다. 캔버라의 시티센터의 첫 느낌은 상당히 조용했는데 나는 너무 작은 도시라서 그런가 했지만 나중에 보니 너무 이른 시각이라서 그랬던거 같다.


한산했던 캔버라 시티에서 한식당을 찾아보려고 돌아다녔다. 그래도 캔버라니까 한식당이 있겠지라며 돌아다닌건데 생각보다 보이지 않았다. 시드니처럼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지 저녁때 되니 은근히 많이 보였다.

우선 어렵사리 찾은 한식당에서 10불짜리 육계장을 먹으며 배를 든든히 채웠다. 맨날 밥먹고 국먹기는 하지만 마치 몇 달동안 한국 음식을 안 먹은 것처럼 느껴져서인지 따뜻한 육계장이 너무나 반가웠다.


우리가 밥을 먹고 나오니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한식당도 보였다. 어차피 우리가 지나갈 때 가게를 열기 시작했던것 같다.


시티 중심부에 왠 회전목마가 있는지 조금은 신기하게 보이기도 했다.

잠시 소화도 시킬겸 벤치에 앉아서 다음 목적지를 알아봤다. 캔버라는 그닥 볼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굵직 굵직한 것은 대부분 무료였다. 일부러 비싼 곳을 찾아가는 것을 지양했는데 그 이유가 캔버라 여행을 기름값까지 포함해서 1인당 50불만 쓰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한 곳은 내셔널 뮤지엄(National Museum)이었다.


걸어가다가 우연찮게 뮤지엄이라는 곳만 보고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이 곳은 내셔널 뮤지엄이 아니라 캔버라 뮤지엄이었던 것이었다. 이 곳에서는 그림 몇 점이 전시되어있던 공간이었다. 그래도 이 작은 곳에 박물관은 많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수도라는 의무감때문이었을까?

이 곳에서 내셔널 뮤지엄의 위치를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줬다. 아무래도 걸어서 가기에는 멀다고 생각해서 차를 타고 이동했다.

호주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교통체계가 하나 있는데 바로 '라운드 어바웃'이었다. 라운드 어바웃은 무조건 우측통행이 우선권을 갖는 형태로 그러니까 신호등이 없이 소통하는 교통체계였다. 호주에서 3차선 이상의 도로에서는 이 '라운드 어바웃'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 캔버라 시티 부근에는 정말 큰 라운드 어바웃이 있었다.


호주 수도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해주듯이 '호주 국립 대학교'가 보였고 그 바로 옆에 독특한 건축물이 인상적이었던 내셔널 뮤지엄이 나타났다. 소풍 온 듯한 아이들이 보이고 다른 곳에서 관광 온 사람들도 몇 보였다.


멀리서는 캔버라 블랙마운틴의 텔스트라 타워도 보였다. 텔스트라 타워는 송신탑의 역할도 하지만 전망대 역할도 하기 때문에 캔버라의 야경을 보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내셔널 뮤지엄은 국가가 운영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무료였다. 그래서 그냥 들어가서 관람하면 되는데 들어가자마자 영화 상영을 볼 것인지 물어봤다. 우리는 이왕 볼거면 다 보자는 생각으로 영화도 관람하겠다고 했다. 약 10분정도 기다린 후에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상당히 아담한 사이즈의 스크린이 나왔다.

영화 내용은 고대부터 시작되는 호주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오랜 옛날 애버리진의 이야기부터 영국의 식민지 시절까지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는데 조금 특징이 있다면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에 좌석전체가 움직인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왼쪽으로 이동하는 수준이었다.

영화야 호주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라서 흥미로운 것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스크린으로 사용된 화면이 너무 많이 분할 되어서 좀 눈이 아팠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본격적인 전시관으로 이동했는데 통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건축물이 독특한 것은 좋았는데 전시관으로써 연결이 부자연스럽다면 관람하는데 좀 불편했던것 같다.


내셔널 뮤지엄에서는 호주의 기후, 동물, 역사 등을 담고 있어서인지 여러 복잡한 전시관들을 볼 수 있었다. 캥거루나 웜뱃과 같은 호주의 생태계를 보여주는가 하면 호주를 여행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도 있었고, 예전 호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나 물품을 전시한 것도 있었다.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했는데 예전에 버팔로 잡는데 쓰는 자동차였다. 이 자동차 옆에는 버팔로를 어떻게 잡았는지 보여주는 짦막한 동영상도 있었다.


내가 볼 때는 내셔널 뮤지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바로 호주의 원주민인 애버리진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들의 문화, 유물, 이슈화된 것들에 대한 전시물이 정말 많았다. 호주 정부가 계속해서 풀어야할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애버리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대충 모든 전시관을 둘러보고 살짝 뒷문으로 나오니 이런 공간이 있었다.


내셔널 뮤지엄의 입구에 있던 독특한 조형물이었는데 왠지 이걸 보니까 보드나 스케이트를 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캔버라에 온 기념으로 가볍게 엽서 2장씩 사고, 전쟁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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