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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하우스를 보고 온 후 하루 종일 거리를 걸었다. 여지껏 도시는 브리즈번밖에 거쳐가지 않아서인지 시드니는 그 규모가 매우 크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한인업소도 정말 많아서 시드니에 있는 동안은 거의 한국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우선 PC방에 가서 오랜만에 빠른 인터넷을 즐겼고, 길거리에 널려있던 한국 음식점에 들어가 뼈다귀 해장국을 먹기도 했다. 근데 가격에 비해 맛은 별로였다.

호주를 돌아다니면서 느꼈지만 인터넷과 소주는 시드니가 가장 싸다. 소주의 가격이 가장 비쌌던 곳은 케언즈로 음식점에서 18불에 파는 것을 봤다. 하지만 시드니는 보통 6~7불정도로 상당히 저렴했다. 아무튼 돈이 있었으니 내가 브리즈번에 입국했을 당시보다는 굶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시드니에 있는 동안은 오로지 내 두 발로 걸어다니기만 했다. 대중 교통을 전혀 이용해보지 못했는데 그건 비싼 교통 요금도 그랬지만 원래 걸어다니는 편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시드니에는 모노레일도 있는데 그냥 밖에서 구경만 했었다.

하루 종일 밖에서 거리를 헤매다 보니 밤이 되었다. 혹시 밤이 되면 오페라 하우스 부근에서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시 오페라 하우스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무감각해진 나의 방향을 잡아준 역할이 더 크다. 시티 센터에서 오페라 하우스까지는 꽤 멀었다.


낮에도 왔던 오페라 하우스였는데 다시 또 저녁 때 오다니... 하지만 역시나 내 예상대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거리의 동그란 가로등과 오페라 하우스의 아래에 있던 식당가들의 모습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야경의 불빛이 화려해서 멋졌던 것은 아니었고, 이 주변의 시원한 바람과 그걸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건너편의 하버 브릿지도 빛을 내고 있었다. 확실히 내 카메라가 캠코더였기 때문에 야경에는 너무도 약했다.


야경을 보러 왔을 때 유난히 주변에서 한국말이 많이 들렸는데 대충 들리는 소리로는 신혼여행이거나 패키지 여행자들이었다. 인솔자의 요청에 열심히 사진을 찍고 돌아갔다. 나는 또 이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딱히 할게 없었던 나로써는 그저 바라보는게 전부였다. 밤이라서 그런지 바람은 무척 강하게 불어왔고 약간은 쌀쌀함을 느낄 정도였다.


아마 이 날 하루는 오페라 하우스만 하루 종일 봐서 그런지 기억에 남는게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중에 시드니에서 출국하기 때문에 다시 오면 더 많은 부분을 구경하리라 생각했다.


다시 시티 센터로 돌아가는 길, 멋진 야경에 나는 또 멈춰서서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