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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농장으로 가게 되었다. 농장 일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은 분명 있었지만, 그 동안 힘들지 않은게 뭐 있었냐며 조금은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그리고 호주에 온 이후로 돈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커서, 내 머리속은 온통 최대한 빨리 돈을 벌자는 생각 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커다란 캐리어 두개와 라면 한 박스, 작업용 도구들, 그리고 각종 식자재까지 전부 차에 싣고 떠나게 되었다. 호주에 온지 딱 2주만에 새로운 곳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호주의 거대한 대륙을 몸으로 느끼니 갑자기 이게 여행이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저 우리는 일을 찾아 헤매는 노동자에 불과했다. 우리의 목표 지점이었던 세인트조지는 브리즈번에서 서쪽으로 약 500km가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호주라면 무척 가까운 거리일지 몰라도 사실 서울과 부산보다 먼 거리였다.



룰루랄라~ 일을 찾아 떠나는 우리는 노동자~ ♬

호주는 전세계에서 6번째로 큰 나라이지만 인구밀도는 1㎢당 2명꼴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이다. 그렇지만 인구의 80%이상은 도시에 살고 있으니 그 나머지 부분은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때문에 호주에서 도시가 없는 내륙쪽으로 갈 수록 몇 백킬로미터당 마을이 하나씩 있을 뿐이었다.

땅이 넓으니 비가 확 내렸다가 그 지역을 빠져나가면 말짱한 하늘을 볼 수도 있었다.

4시간정도 달린 뒤 우리는 잠시 작은 마을에서 쉬었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허기를 달랬고, 잠시 동안의 휴식을 취했다. 나중에 알게되었던 사실이지만 정말 작은 마을의 경우 맥도날드는 구경할 수도 없었다.

다시 또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은 지루할 정도로 이동한 여정이었다. 그렇게 3~4시간을 더 간 끝에 드디어 우리는 세인트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세인트조지는 예상대로 정말 작은 마을이었다. 우리가 컨택했던 농장에 전화를 해보니 다음 날(일요일)에 오면 바로 일을 할 수 있다고 알아서 찾아오라는 말 뿐이었다. 애초에 여기에 숙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온 터라 우선 숙소 잡는게 무척 시급했다.

하지만 모텔은 엄청나게 비쌌고, 3개의 캐러반파크 역시 전부 찼다. 호주에서는 캐러반(차 뒤에 끌고다니는 작은 집)이 아주 활성화되어있는데 그에 따라 작은 마을이라도 이런 캐러반을 세워놓고 전기와 물도 사용할 수 있는 캐러반파크가 많이 있었다. 이런 캐러반파크에서 캐빈이라는 일반 숙소도 따로 존재하는데 문제는 이게 다 찼다는 것이었다.


정말 최후의 방법으로 캐러반파크에서 텐트치고라도 살아야했다. 텐트를 구입해야 하는데 마침 토요일이기도 했고, 워낙 마을이 조그만해서 구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캐러반파크를 돌던 도중 한 캐러반파크에서 텐트를 빌려줄테니 텐트라도 치고 지내라고 했다. 너무나 땡큐한 마음에 계속해서 고맙다고 했다. 정말 주인 아주머니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텐트는 8인용으로 무척 컸지만 설명서도 없고, 부러진 것도 몇 개 있어서 설치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해가 지기 직전에 겨우 텐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사실 호주에서 텐트치고 지낸다는건 상상할 수 없었다. 그만큼 나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어쩌랴! 일을 할 수만 있다면 텐트치고 지낸다는건 정말 감사해야 했다.


우리 바로 옆 텐트의 강아지가 있었는데 주인이 없을 때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저녁 때가 되어서 조리대로 가보니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후라이팬, 냄비, 그릇, 숟가락, 심지어 세제까지 전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도시락통으로 쓰려고 했던 그릇뿐, 라면을 끓여먹으려고 해도 버너도 없었고 냄비도 없었다.

마침 옆에서 요리를 해먹고 있었던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는데 우리의 딱한 사정을 한번에 알아봤는지 버너를 빌려주었다. 그렇게 첫 날 먹었던 것은 라면이었다. 숟가락도 모자라서 한 사람은 포크로 먹고, 한 사람은 숟가락으로 라면을 떠 먹었다. 어째 이거 군대를 다시 온 기분이 드는데?

밤은 순식간에 찾아왔고, 별이 쏟아질 듯 반짝이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멋진 밤 하늘이 펼쳐진 그 날 나는 새벽에 자다가 얼어 죽는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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