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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찾아간 곳도 스펜인과 연관이 있는 혈명기념비였다. 특별해 보이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이 동상이 괜히 세워진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가이드북에 있는 이야기를 읽어보니 스페인과 필리핀의 우호의 상징이라고 한다. 1565년에 스페인의 초대 총독과 섬의 추장이 서로 칼로 팔을 찔러 와인에 피를 떨어뜨려 마셨다고 하는데 이 동상을 살펴보면 다들 술잔을 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이 자리에 껴달라고 자리를 차지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옆에 있던 사람들한테 우리에게 뭐라고 말했는데 내용인즉슨 올라가서 사진 찍는건 상관없지만 동상 위에까지 올라가서 찍으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미처 몰랐다고 얘기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본 것 말고도 보홀에는 볼만한 장소가 많다고 알고 있었지만 우리의 일정은 여기서 끝이 났다. 이미 다들 너무 피곤해했다.

보홀의 주도인 딱빌라란으로 향했다. 


우리를 하루 종일 태워줬던 아저씨한테 투어 비용을 내고, 사진도 같이 찍었다. 사실 얘기도 많이 못 나눠서 조금 미안한감이 많이 있었다.


돌아가는 배표를 구입하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배에 올랐다. 우리가 탔던 배는 Super Cat으로 정면의 배의 옆에 있던 배였다.

다들 너무 피곤했는지 배에 올라 앉자마자 쓰러졌다. 고개가 젖혀질정도로 자는 모습을 보니 정말 피곤하긴 피곤했나 보다. 나도 잠시 졸다가 깨었는데 바람 좀 쐬고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벌써 달이 떠있었다. 달과 함께 푸른빛이 감도는 바다는 무척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구름은 깃털처럼 흩어진 모습이었는데 어찌나 멋지던지 넋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구름 속에 숨어있던 해가 바다 밑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눈을 뜨기조차 쉽지 않은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주변이 어두워질 때까지 지켜봤다.

세부에 도착할 무렵 이미 주변은 깜깜했다. 1박 2일이 그리 짧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겹다거나 재미없었던게 아니라 많은 일들이 있어서 그런 탓일거라 생각되었다. 더 좋았던 것은 우리의 투어는 미리 예약하고 떠난 투어가 아니라서 돈이 남았었다. 그래서 남은 돈을 처리하고자 즐거운 마음으로 삼겹살집에가서 고기를 먹었다. 마지막까지 정말 알차게 돈도 시간도 쓴 것 같다.

일본 아이들이 정말 맛있다고 했던 삼겹살 하지만 우리는 한국 삼겹살이 훨씬 맛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