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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전거를 타고 발길을 돌려 앙코르 유적의 일출이나 일몰을 보는 포인트인 프놈파켕으로 갔다. 이곳에서 보는 일몰이 그렇게 멋지다고 한다. 우리는 프놈파켕이라는 언덕 위에서 멀리 앙코르 유적과 함께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는게 이젠 너무 익숙했다. 자전거를 타며 한손으로 지도를 펼치고는 프놈파켕이 어딘지를 찾았다. 아무런 가이드도 없고, 오로지 이동수단인 자전거와 위치를 파악하는 지도만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은 거대한 앙코르유적지에서는 조금 힘이 들수도 있다.

그래도 더 재밌었다. 거대한 유적지를 자전거로 누비는 즐거움, 그것은 아마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프놈파켕이 앙코르왓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고 실제로 찾는데 어렵지도 않았다.

아무튼 다른 사람이 앙코르 유적을 간다면 자전거를 추천한다. 단, 도로가 좁아 위험할 수도 있고 먼지를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씨엠립에서 유적지까지 꽤 멀기 때문에 자전거로 30분이상 달려야 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소순회 코스라면 자전거로도 얼마든지 돌아다닐 수 있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프놈파켕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세웠다. 프놈파켕에 도착하니 주변에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아마도 저녁 때가 다가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에 올라 일몰을 보려는듯 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탔던 코끼리가 여기 있다. 치앙마이에서 코끼리를 탔을 때 코끼리가 매우 불쌍하다고 생각되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꼬챙이같은 걸로 코끼리 머리를 찌르는데 타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나마 여기는 평지라서 코끼리가 덜 힘들어 보였다.


프놈파켕은 언덕의 정상에 있었던 사원이기 때문에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다행히 오르막길이 심한 편은 아니라서 올라가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드디어 프놈파켕에 도착했는데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높은 언덕은 아니었지만 주변 지대가 다 낮고 이 프놈파켕만 높은 까닭에 멀리 앙코르왓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간간히 한국 사람도 볼 수 있다. 역시 앙코르 유적지에서는 주변에 한국말이 들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멋진 일몰을 기대했던 프놈파켕이었는데 문제는 날씨가 흐려서 전혀 볼 수가 없었다. 기대했던 일몰은 시작도 하지 않고 끝이 나버렸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사라졌다.


경찰 아저씨는 해가 지고 있으니 우리를 보고 얼른 내려가라고 했는데 우리는 사진 한장만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인상이 좋았던 아저씨 결국 우리의 이상한 시체놀이에 응하며 사진을 찍어줬다.


왜 이렇게 모든 계단은 좁고 가파르게 만들었는지 프놈파켕도 역시 내려오는 계단이 가파르다. 여기도 그렇게 중요한 장소였나? 계단에 내려오고 프놈파켕에서 내려가는데 우리가 꼴찌였다. 이미 모든 사람들은 내려간 뒤였다. 심지어 우리는 아까 만났던 경찰과 함께 내려가고 있으니 마지막으로 내려가고 있는 게 확실했다. 

밤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앙코르왓은 밤에 출입을 삼가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밤이되자 순식간에 으슥해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자전거로 돌아가야 했다.

페달을 밟으며 얼른 으슥한 곳을 벗어나고자 했다. 그런데 중간에 경아를 놓치는 바람에 모두가 애간장이 탔다. 30분동안 헤매며 돌아다닌 끝에 경아와 만나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가로등도 별로 없어 워낙 음산했던 분위기를 뚫고 왔는데 아마 차가 지나다니지 않았다면 깜깜한 어둠속에서 우리는 유적지 안을 계속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힘들게 내달렸던만큼 스타마트에 가서 맥주와 음료수를 샀다. 항상 밤에 우리가 하던 일은 맥주와 간식거리를 사들고 숙소에서 이야기하며 놀았다. 캄보디아의 밤은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어두워서 9시 정도만 되면 그냥 숙소로 돌아왔던 것이다.


정말 너무 어두웠던 골목길이었는데 제대로 된 가로등 하나 없었다.


자전거를 하루 종일 타며 힘들었던 하루 이야기 하고, 또 다음날은 뭘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먼 미래의 이야기까지 나눴다. 각자 사는 곳도 다르고, 직업, 나이도 모두 다르던 사람들이었지만 먼 이국땅에서 만난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치앙마이에서부터 방콕을 거쳐 이렇게 캄보디아에 함께 올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아마 캄보디아가 다시 생각나는 까닭은 앙코르 유적을 봤다기 보다는 이런 여행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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