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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들러본 우체국이었다. 우리가 비엔티안 우체국에 온 이유는 상민이형이 헤어지기 전에 우리에게 맡겨놓은 엽서를 한국으로 대신 보내주기 위해서였다. 라오스의 우체국은 정말 한산했지만 대신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서 나가기가 싫었다.

그래도 난 비엔티안에서 뭐라도 더 보고 싶어서 승리의 탑이었던 빠뚜싸이를 보자고 했다. 떠나는 날이었기 때문에 더 돌아다니고 더 보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나와 경아만 빠뚜싸이로 향하게 되었다. 승우와 영우(카약투어같이 했던 스무살 동생이었는데 라오스에서 잠깐 만났다)는 더워서 그런지 우체국에 남겠다고 했다.

라오스의 독립기념탑이었던 빠뚜싸이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고 싶어서 가자고 했던게 아니라 우체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뚜싸이 정도는 들러도 될 것 같아서 움직였던 것이다.


라오스에서 처음으로 본 현대식 백화점이었다. 역시 라오스의 수도에 오니 이런 현대화된 건물과 백화점도 있음을 새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빌딩에 비하면 작고 아담했다. 


그동안 라오스에서는 횡단보도를 거의 볼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수도에 오니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무단횡단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큰 도로라도 무단횡단을 하려고 했지만, 경찰들이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질서를 지켰다.


유난히 푸른 하늘이 참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바다를 보며 기분 좋아지는 이유는 끝없이 펼쳐진 공간감과 푸른 빛깔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바다와 같이 푸른빛이 도는 하늘도 역시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묘한 요소가 있는 것 같았다.

거리를 걷다보니 한국 자동차인 모닝도 보였다. 사실 라오스에서는 한국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가장 많았던 차는 역시 일본차 그중에서도 도요타였고, 그 다음이 우리나라 자동차였다. 라오스의 경우 버스는 대부분 한국에서 수입해 온 것이었고 이런 일반 자동차도 한국의 현대나 기아차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걷다보니 멀리서 심상치 않은 탑이 보인다. 멀리서 봐도 저건 독립기념탑이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도로의 한 가운데 위치했던 빠뚜싸이로 얼른 달려갔다. 


가까이 접근하니 탑의 외형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탑은 상자 모양에 상단에는 뾰족한 지붕들로 이루어져있었다. 탑 자체를 놓고 본다면 그리 멋진 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 탑은 시멘트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멋진 관광상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빠뚜싸이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푸른하늘과 잘 어울리게 작은 공원도 조성되어 있었고 꽤 분위기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차가운 시멘트 건축물이라서 그런지 주변에는 이와 잘 어울리도록 잔디공원이 바로 뒤에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도시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돌로 만들어진 벤치는 태양때문에 뜨겁게 데워져서 도저히 앉을 수는 없었다.

빠뚜싸이 탑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가격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대략 1만킵 정도 했던 것 같다. 남은 돈을 탈탈 털어서 1만킵을 내고 계단을 올라갔다.


역시 시멘트로 만들어진 탑다운게 위로 올라가는 계단도 마치 공사현장의 모습처럼 싸늘하게 느껴졌다. 내부에는 아무것도 꾸며놓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더 차갑게 보이는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났다. 기존에 생각하는 탑이나 문화재와는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탑 내부에는 기념품을 파는 곳이 들어서 있었는데 마치 지하 통로와 같은 으슥한 곳에서 물건 파는 그런 느낌이 드는건 나뿐이었을까?


조금 올라가니 드디어 밖을 감상할 수 있었다. 탑의 왼쪽에 위치했던 이 건물 뭔가 특별해 보이기는 한데 어떤 건물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라오스 국기가 펄럭이는 것으로 봐선 공공기관이 아닐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경치는 저절로 탄성을 하게 만들었다. 빠뚜싸이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비엔티안에는 높은 건물이 없었기 때문에 이정도 높이에 올라와도 장애물이 하나도 없이 시원하게 도시를 바라 볼 수 있었다.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 


올라와서도 기념품을 파는 곳은 있었다. 역시 뭔가 허술해 보이는 곳이었다.


여기가 끝인줄 알았는데 또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는걸 뒤늦게 발견했다. 빠뚜싸이의 정상까지 올라가면 어떨까?


높아봤자 이 탑이 얼마 높지 않았던 까닭에 올라가도 보는 경치는 똑같았다. 멋진 경치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비엔티안을 한눈(?)에 바라보는 경치도 감상했으니 뭐 더이상의 미련도 없었다. 하루 만에 다 돌아보는게 가능한 라오스의 도시들이었는데 수도였던 비엔티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작은 도시 하나 하나 전부 기억에 남았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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