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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지타운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내려왔다. 여행의 피곤함 때문인지 버스 안에서는 항상 졸았다. 에어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덜컹거리던 오래된 버스를 타고 가는데 꼭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말레이시아 버스는 보통 1링깃에서 2링깃 사이의 가격이었는데 운전하는 아저씨와 돈을 걷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앉아 있으면 돈을 걷으면서 이 표를 주곤 했는데, 숫자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극락사에서 죠지타운으로 가는 버스비는 1.4링깃(약 400원)가량이었다.

허름한 숙소에 돌아와 너무 더워 곧바로 샤워했다. 엘레나는 화장실도 공용인 이곳에 대해 거부감을 표했지만 너무 더운 날시에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결국 샤워를 했다.

엘레나와 아르좀은 이날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야 했다. 이 둘은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우리와 같이 기차를 타고 올라가지 않았다. 우리는 방콕에서 다시 만나야 했는데 방콕의 지도를 살펴보다가 민주기념탑을 만남의 장소로 정했다.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다가와서 우리는 엘레나와 아르좀을 선착장까지 바래다 줬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가는 아르좀과 가볍게 돌아다니는 엘레나를 보니 왠지 무서운 누나여서 아르좀은 순순히 잘 따르는 듯 보였다. 아르좀은 항상 군말 없이 커다란 캐리어를 잘 들고 다녔었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짧게만 인사했다. 우리의 방콕행 기차는 다음날이었다. 엘레나와 아르좀이 배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난 후 우리는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털어봤는데 둘이 합쳐도 30링깃도 채 되지 않았다. 우린 무지 가난했던 것이다.

바로 다음날 말레이시아를 떠나는데 환전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최대한 아끼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빵으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빵과 잼을 샀고 콜라 1.5리터짜리를 샀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돌아다니는 도중 햄버거를 발견했다. 철판에 햄버거와 패티를 구워서 직접 만들어서 주는 것이었는데 그냥 맛있어보였다. 게다가 가장 비싼 스페셜 햄버거가 3.5링깃이었다. 그래서 2개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대충 대충 만들어서 덮어주면 끝일 줄 알았는데 이것 저것 계속 굽고 자르고 있었다.


보면서 이거 혹시 3.5링깃 넘는거 아닌가 싶었다. 영어를 잘 못 알아들어서 사실은 더 비싼 햄버거가 아닌지 우리의 부족한 돈에 대한 걱정도 생겼다. 금방 나올 줄 알았던 햄버거는 만드는데만 10분이 넘게 소요되었다. 다 만들었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계란을 예술적으로 풀어서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정말 정성스럽게 만들었는데 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의 안 좋았던 추억들이 다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작해야 햄버거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만드는 아줌마의 모습을 보며 기분이 무척 좋아진 것이다. 아줌마도 그저 햄버거를 만들면서 우리에게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다 만든 햄버거를 건네받고 가격을 다시 물어보며 재차 확인하자 3.5링깃이 맞았다. 사실 따지고보면 3.5링깃도 그리 싼 편은 아니었는데 그땐 무척 싸게 느껴졌다. 아마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너무 맛있게 침을 꼴깍 삼키며 바라본 것도 있었고, 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돌아와서 콜라와 함께 햄버거를 먹으면서 맛있다는 소리를 연발했다. 기껏해야 햄버거 하나 때문에 기분이 이렇게 좋아지다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 알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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