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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간 스위스에서 쓴 돈은 0원. 정말로 단 한 푼도 쓰지 않았고, 심지어 스위스 프랑은 구경도 못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위스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약 2달 전, 블로그 방명록에 남겨진 글을 하나 발견했다. 혹시라도 스위스 제네바 근처에 오게 되면 연락하라고, 잠자리와 식사는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반갑고도 고마웠지만 당시엔 스위스를 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일단 연락처를 남겨주셨으니 인사 정도만 전달했다.


항상 여행이 계획대로만 될 수 없는 법. 원래 스페인으로 가서 모로코로 내려가려 했는데 경로를 조금 변경했다. 덕분에 파리에서 리옹으로 내려갔고, 마침 제네바와 매우 가까워진 상태가 되었다. 스위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하지만 제네바를 잠깐 들렀다가 이탈리아로 내려가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신세를 지는 모양세이긴 하지만 배낭여행자는 조금 뻔뻔해져야 했고, 연락을 드렸다.


흔쾌히 초대해주신 분께 꼭 가겠노라고 답하고 다음날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기세 좋게 리옹 외곽으로 나가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몇 시간이나 길바닥에서 허비하는 바람에 제네바로 가는 다른 교통수단을 찾지 못했고, 결국 리옹에서 하루 더 보내야 했다. ‘개고생’으로 끝났으면 다행이겠지만 난 제네바로 가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매우 죄송했다.


다음날 기차를 타고 제네바를 거쳐 니옹으로 향했다. 반갑게 나를 맞이해주신 분은 우리네 평범한 엄마였다. 어제 올 것으로 예상하고 만든 백숙을 점심으로 내놓으셨다. 그리고 차례로 점심을 먹으러 온 아이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고등학생인 미추는 오후 수업이 없어 같이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었다. 미추는 프랑스어가 모국어지만 영어도 나보다 잘해서 대화하는데 크게 어려움도 없었다.


아마 일반적인 여행자라면 거의 올 일이 없을 니옹, 작지만 정말 예뻤다. 유럽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몽블랑과 설경에도 모자라 그 앞에는 에비앙 호수가 펼쳐져 있다. 호수의 깊이에 따라 색깔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그야말로 그림이다. 스위스에 도착한 이후 날씨까지 정말 좋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제네바 오토살롱이라는 거대한 행사가 있었지만 딱히 제네바는 가고 싶지 않았고, 대신 로잔을 잠깐 여행했다. 추천해주신 대로 로잔을 걸어서 여행했고, 돌아다닐 때 사용하라고 건네주신 승차권도 아주 요긴했다.


로잔에서도 날씨가 얼마나 좋았냐면 나무로 이루어진 타워 앞에서는 햇살을 맞으며 누워있었다.


4박 5일간 정말 편하게 지냈다. 그리고 항상 배불렀다. 난 그것도 모자라 스위스에서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열차표를 선물로 받았고(오스트리아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떠나는 날에는 도시락이라며 샌드위치도 받았다. 이게 배낭여행자에겐 공포와 같은 고물가의 나라에서 내가 단 한 푼도 쓰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초대해주신 분과는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도 예전에 여행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세계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도와주고 싶었어요.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지금 받은 걸 돌려주게 되지 않을까요?”


*초대해주신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었지만 요청에 의해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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