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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늘 춥다고 투덜거렸는데 그날은 정말 추웠다. 뮌헨에서의 마지막 날, 눈이 정말 많이 내렸다. 그냥 많이 내렸다고 말하기엔 한참 부족할 정도로 말이다. 잠깐 나갔다 왔는데 눈사람 되는 줄 알았다.


저녁은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했다. 전 숙소에서 우연히 만난 칼럼과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마침 같은 방에 있던 밍과 올라이어도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숙소 바에서 앤서니도 만났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서 다시 맥주를 마셨다. 사실 여기를 찾아가는데만 1시간 넘게 걸려 무진장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호프브로이보다 가격도 싸고, 관광지 같지 않아 괜찮았다.


다음날, 뮌헨을 떠나 아우크스부르크로 갔다. 원래 히치하이킹으로 가려고 했으나 마침 버스터미널이 숙소와 매우 가까웠는데다가 가격도 5유로로 저렴해 버스를 탔다. 물론 히치하이킹을 이용해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지만 그렇다고 꼭 히치하이킹만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아우쿠스부르크에서는 타마라와 세리나의 집에서 3일간 머물렀다. 평일에 찾아간터라 타마라가 조금 바쁘긴 했지만 영화도 보고, 게임도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실 아우쿠스부르크(Augusburg)는 딱히 볼만한 게 없었다. 그냥 무작정 걷거나 광장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는 게 주요 일과였다.


다음으로 이동한 도시는 울름(Ulm)이다. 울름은 히치하이킹으로 이동했는데, 너무 짧은 거리라 문제였지 사실 그리 어렵진 않았다. 몇 대의 차량을 보낸 후 울름 근처까지 가는 차에 탔다. 별 다른 말을 안 했던 루마니아 사람들이었는데 울름에서 7km 떨어진 곳에서 내려줬다. 너무 애매한 거리라 히치하이킹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다행히 쉽게 잡을 수 있었다. 택시 기사를 했다는 아저씨는 나를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데려다줬다.


울름은 잠깐 거쳐가는 도시라고만 생각해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울름 대성당이라는 볼거리가 있었다. 독일에서 규모로 따지면 쾰른 대성당에 이어 두 번째 크고, 첨탑의 높이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라고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는 가톨릭이었는데 지금은 개신교의 교회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첨탑을 올라가지 못한 건 좀 아쉽다.


아마 울름을 찾는 여행자도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울름에 옛 성터가 있다는 것을 아는 여행자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정말 편했던 플로리안의 집. 카우치서핑으로 여러 집에 묵었지만 이렇게 먹을 게 풍성했던 곳도 드물었다.


울름에 있는 동안에도 눈이 참 많이 왔다. 정말 지긋지긋한 눈, 군대 이후로 이렇게 싫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도시 규모는 분명 아우쿠스부르크가 더 큰데 울름이 더 번화한 느낌이 들었다.


이틀간 플로리안의 집에서 지냈을 때 얼마든지 더 있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다음 카우치서핑과의 약속이 있어 펠릭스네 집으로 이동했다.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사람들이 다 그랬지만 펠릭스 역시 상당히 괜찮은 친구였다. 딱 하루만 지내기도 했고, 펠릭스가 너무 바빠 아침 일찍 나가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한 건 무척 아쉬웠다. 그나저나 두 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지내는데 둘 다 여자라는 건 우리 입장에선 참 신기해 보였다. 


라벤스부르크(Ravensburg)로 이동하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는데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게 되었다. 가격은 무려 17.90유로.


너무 배고파서 역에서 밥을 먹는데 앞에 있던 남자가 날 힐끗힐끗 쳐다 보더니 뭔가를 나에게 건넸다. 머리 자를 생각있으면 들러 달라는 말과 함께. 엄청 웃긴 순간이었는데 정말 내 머리가 길고 지저분해 보이긴 했나 보다.


모든 것을 개인의 양심에 맞기는 독일이라 그런지 이런 장거리 열차도 딱히 검사를 하지 않는다.


아우쿠스부르크부터 여행자는 볼 수 없었지만,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라벤스부르크에서는 더 어려워 보였다. 내가 왜 이런 곳까지 왔냐면 오로지 친구 필립을 만나기 위해서다.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다. 4개월 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만난 인연이 이렇게 이어져, 독일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라벤스부르크를 비롯해 주변 동네는 굉장히 작았지만 오히려 큰 도시보다 더 매력이 넘쳤다.


저녁은 필립의 친구들과 함께했다. 필립이 기자라서 비슷한 분야의 일을 하는 친구들과 만났는데 나 역시 언론사에서 일했다고 하니 무척 신기해하면서 좋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여행으로 특히 이상한 나라에 관한 것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이 그리 이상한 나라는 아니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비자부터 시작해 여러 까다로운 일을 겪게 만들어 한참 동안 침을 튀기며 이야기했고, 그 다음으로 내가 여행했던 나고르노카라바흐나 트란스니스트리아도 그들에겐 흥미롭게 들렸던 모양이다.


라벤스부르크는 작은 도시였지만 각기 다른 탑이 12개나 있어 독특한 경관을 자랑했다.


필립은 여기서 가까운 미르스부르크(Meersburg)나 린다우(Lindau)쪽의 경치가 정말 예쁘니 꼭 가보라고 했다. 그러나 날씨가 별로 안 좋았고, 교통편이 애매했다. 게다가 필립은 일을 하고 있으니 함께 여행을 할 수 없었는데, 갑자기 밤에 호수를 보러 가지 않겠냐며 즉흥적인 여행을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무작정 차를 타고 호수를 보러 프리드리히스하펜(Friedrichshafen)으로 떠났다. 


다음날에는 필립이 일하는 신문사 구경을 했다. 작은 동네에 이렇게 규모가 큰 언론사가 있다는 게 참 놀라웠고, 어찌보면 그게 독일의 국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립의 상사로 보이는 분은 나를 데리고 다른 곳을 구경시켜줬다. 불과 몇 달 전에도 나 역시 이런 언론사에서 일했는데 뭔가 기분이 묘했다.


라벤스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Frankfrut)로 이동할 때는 역시 히치하이킹을 했다. 굉장히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작은 도시에선 히치포인트를 찾기가 어려웠고, 아우토반의 주유소에서는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라벤스부르크에서만 1시간 허비한 후에야 겨우 차를 타고 나갈 수 있었다.


히치하이킹을 할 때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날 날씨는 정말 춥고, 눈도 조금씩 내리는 악조건에다가 기다리는 시간도 평소보다 더 길었다. 첫번 째 차량이 라벤스부르크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까지만 태워줬지만 히치하기엔 더 좋은 곳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다음 차를 탈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 커피와 빵을 흡입하고 나오자마자 이 아저씨가 불러서 울름까지 갈 수 있었다.


울름 근처에서는 30분 기다린 끝에 로널드 아저씨가 태워줬다. 자신도 20대 때 히치하이킹으로 인도까지 여행했다고 하면서 서로 사진도 찍고 즐겁게 이동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는데 이후에 1시간 반 동안 히치하이킹을 하지 못해 기다려야 했다. 가끔 멈춰 나에게 물어본 사람은 있긴 했지만 애초에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방향이 아니다 보니 차를 잡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 남자가 내 앞에 멈췄고, 정말 운이 좋은 건지 몰라도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작년까지 세계여행을 하던 친구라 자신도 이런 상황을 몇 번 겪었는데 나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1시간 반 정도 달린 후 거대한 빌딩이 가득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나를 태워줬던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예전에 슬로바키아로 갈 때 히치하이킹을 못해 개고생했던 경험이 있던 나로써는 해가 떨어지기 직전에 차를 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또 하나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페친 분께서 평소 여행을 잘 보고 있다며 이곳에 오면 저녁을 사주신다고 했는데 정말 배불리 잘 먹었다.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다음날 낮에 프랑크푸르트를 떠났다.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프랑크푸르트에 오래 머물 이유도 없었다. 원래 목적은 사람이었으니, 다시 사람을 만나러 이동해야 했다.


난 과거 서독의 수도였던 본(Bonn)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카를로스와 마시다를 만났다. 세상에 이런 인연이 또 있을까. 우리는 2010년 미얀마에서 만났고, 5년 뒤인 2015년에 독일에서 다시 만났다. 물론 카를로스와는 3년 전에 서울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긴 하지만. 아무튼 반가운 마음은 진심이었고, 들떠서 함께 돌아다녔다.


레게 펍에서 공연을 즐기고, 맥주를 마셨다.


이런 곳이 다 그렇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아이리쉬 펍에서 맥주 한 잔을 더 마셨는데 내가 이 시간을 찍자마자 포토프린터로 뽑아주니 정말 신기해했다. 어떻게 이런 기술이 있냐며 놀라워했다.


펍에서는 이렇게 노래 부르는 게 흔한 모양이다.


다음날은 마침 일요일이라 시내 구경에 나섰다. 근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내 머리가 진짜 길고 지저분하긴 한 것 같다.


한국에는 한강이 있다면 독일에는 라인강이 있다.


본은 과거 수도 역할을 하긴 했지만 독일에서 그리 큰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유명한 대학과 기관이 많아 외국인이 많은 곳이다.


시내에는 카니발을 상징하는 깃발이 가득했다.


마침 아이들을 위한 카니발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정말 신기했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공주의 행진과 사람들의 외침이 카니발의 핵심인가 보다. 어른들의 카니발은 보통 술마시는 게 핵심이라고 하던데.


스머프로 분장한 아이가 무척 귀여웠다. 이제 며칠 뒤면 어른들의 카니발이 시작되는데 거리엔 코스튬을 한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라고 얘기해줬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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