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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람들

category 928일 세계일주/실시간 여행기 2014. 12. 8. 18:10

1.

명수형은 2007년 라오스 방비엥에서 만났다. 얼마나 같이 지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틀 정도는 함께 했던 것 같다. 아주 짧게. 그 후 한국에서도, 어디서도 만나지 못했다. 참 신기한 건 이어질 인연은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거다.

얼마 전 명수형이 여행하고 있는 거 너무 부럽고, 잘 보고 있다면서 대뜸 계좌 번호를 불러 보라는(물론 따뜻한 안부의 글과 함께) 쪽지를 보냈다. 뉴욕에서 밥 한 끼면 거기서 며칠은 지낼 수 있을 거라며 말이다. 실제로 보내준 돈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 돈이면 여기서 5일치 생활비다.

그러고 보면 난 운이 참 좋은 놈이다. 이렇게 멀리서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고, 맛있는 거 사먹으라며 돈까지 보내주는 인연을 가졌다니 말이다. 사실 돈이 아니라 그 짧은 인연임에도 기억해 줘서 더 고마웠다.


2.

“숙소비 제외하고?”

요즘 하루에 2만원 정도 쓰고 있다고 하니까, 미정이는 숙박비 제외한 금액이냐며 다시 물었다. 아니라고 하니까 내 여행 경비를 꼬치꼬치 캐 묻기 시작했다. 카톡창에서 마구 웃더니 계좌 번호 불러보란다.

미정이는 필리핀 자원봉사를 같이 갔던 동생이다. 그것도 무려 2006년에 말이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시간이 참 빠르긴 하다.

여하튼 난 여행이 ‘지속’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준다는 거 마다하지 않는다. 대신 고맙다는 말은 꼭한다. 계좌번호를 불러줬더니 미정이는 우리 필리핀팀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불쌍한 오빠’ 밥 한 끼 사먹게 만원씩 보내주자고 말했나 보다.

(난 전혀 불쌍하지 않은데) 고마웠다. 정말로.




3.

현재 엘레나 집에서 머물고 있다. 그것도 민폐 캐릭터처럼 여기서 일주일 넘게 말이다. 엘레나는 7년 전에 만났던 인연으로, 7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만났다. 나 역시 사람인지라 미안한 마음이 가득해서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다가왔음을 직감하고 있다.

엘레나뿐만 아니라 동생 아르좀과도 자주 어울리곤 하는데 덕분에 난 몰도바에서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하루 2만원 썼다면, 여기선 거의 만원 정도?


자신은 바빠서 많이 못 챙겨준다고 하지만 난 여기서 있는 동안 신세를 너무 많이 졌다. 7년만의 인연이 민폐로 기억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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