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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낭이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 와중에 볼만한 것을 고르라면 페낭힐과 극락사를 고르고 싶다. 페낭힐은 말 그대로 페낭의 언덕이었는데 신기한 것은 꼭대기까지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머리속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죠지타운에서 사람들에게 물어 버스 타는 곳을 찾아 페낭힐까지 갔는데 항상 버스를 타면 무지하게 멀었다. 페낭은 돌아다니기엔 너무 컸고, 주요 관광지와 거리가 멀어서 항상 이동하는데 힘이 들었다.  

버스 아저씨의 페낭힐이라는 말에 내리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냥 우리는 옆에 있던 언덕으로 올라가보기로 했는데 중간에 보이던 아이들에게 이곳이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알려줬다. 


페낭힐 입구에 도착해서 티켓을 끊었는데 왕복이 4링깃밖에 하지 않았다. 왕복이 4링깃(1200원)정도면 무척 싼거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페낭힐을 올라가는 관광객들이 있기는했지만 사실 진짜 페낭힐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교통수단이었던 것이다. 페낭힐에 올라가서야 그 위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교통수단을 타고 페낭힐에 올라가는 것 뿐이었다. 


티켓에는 시간이 적혀있기는 했지만 아무 상관이 없는 듯 했다. 그냥 시간에 관계 없이 티켓만 내고 타도 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가팔랐다. 그냥 그대로 직선으로 언덕을 올라가는데 느릿느릿하지만 아무 문제 없이 올라간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얼핏 들었는데 이건 보통 기차와 다른 방법으로 올라간다고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철로 아래에는 줄같은 것이 있었다. 


한참 올라가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문제에 봉착했다. 레일은 하나인데 맞은편에서 다른 기차가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통과할까 궁금했는데 위에 있던 기차는 레일이 두 갈래로 나뉘어지는 곳에서 멈춰서고 어느 정도 다가오면 서로 다른 방향의 레일로 이동했다.  


기차 안에서 숙제를 하고 있던 꼬마 아이도 볼 수 있었는데 아마 페낭힐에서 사는 모양이다. 엘레나는 저 아이 숙제 한다고 사진 찍어보라고 했다. 너무나 숙제에 열중하는 꼬마 아이를 보며 우리는 웃음을 지었다. 


페낭힐까지 올라가는 느릿느릿한 기차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니 페낭의 모습을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었다. 


페낭이 워낙 큰 섬이라 모든 곳을 다 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들을 바라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시원하게 펼쳐진 곳에서 바람을 맞으니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페낭힐로 올라가는 중간 중간에 집이 있어서 이곳에서도 사람이 산다며 신기해했지만, 정상에 올라가니 더 많은 집들이 보이는 마을이 나왔다. 동네 꼬마들은 축구를 하기도 했고, 뛰어 놀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평화롭게 느껴졌다. 

우리가 페낭힐에 올라간 시각이 저녁 때였기 때문에 날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때 멀리서 해가 저물면서 붉은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뛰기 시작했다. 길은 어디인지도 모르지만 무작정 위로 위로 올라간 것이다. 


힘들게 헉헉대며 달려 도착한 곳에서 바라본 페낭힐의 일몰은 분명 멀리서 봤을 때 보다는 멋지지 않았다.  하지만 헉헉거리며 올라온 우리는 기분이 무척 좋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여행의 초반부였지만 말레이시아로 넘어와 페낭까지 오지 않았다면 이런 기분을 느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본 일몰보다 멋있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꿈꾸던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페낭힐에 올라가면 딱히 뭐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어떤 무언가를 봤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느꼈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몰을 보고 내려올 때는 이미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다. 일몰을 봤다는건 해가 지고 있었다는 것이니까 내려올 때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불빛으로 밝히고 있었고, 멀리 페낭을 바라보니 수 많은 별들이 떠있는 것처럼 하나 둘씩 반짝거렸다. 




안드로이드 어플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 출시로 인해 기존 동남아 배낭여행 글을 전부 수정, 재발행하고 있습니다. 여행기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가다듬기 때문에 약간의 분위기는 바뀔 수 있습니다. 07년도 사진과 글이라 많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어플을 위해 대대적으로 수정을 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유저분들은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을 다운(http://durl.kr/2u2u8) 받으시면 쉽게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