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관계자중 한 사람인 티나(Tina)의 집에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티나의 집은 상당히 부자였다. 다른집은 그냥 길가에 집한채 있는게 전부였지만 티나네집은 마당도 있고 마당앞 나무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려고 트리같이 전기불을 달아놨다. 무슨 포도송이처럼 말이다.
아마 올랑고섬에서 이렇게 대롱대롱 전기를 쓰는 집은 티나집밖에 없을거다.

우리 저녁식사에 상당히 많은 것을 준비해놨다. 거대한 조개, 가지요리, 망고, 닭고기, 생선, 조개스프, 콜라가 있었다. 와우~ 우리는 먹을거에 신났다. 사실 좀 짰다. 그리고 조개는 약간의 비린맛과 함께 짠맛. 거대한 조개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망고는 처음먹어보는데 망고주스랑 비슷했다. 3등분으로 잘라놨길래 가운데가 젤 맛있을 줄 알고 덥썩 물었더니 거대한 씨가 씹혔다 -_-; 망고의 씨는 거의 망고크기만한 씨 한개가 들어있었다. 그래도 전부 맛있게 먹었다. 이제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이런 요리가 오랜만에 먹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특히나 시원한 콜라가 너무 맛있었다. 하루종일 더웠던 날씨 그리고 우리가 먹는 물은(전기가 안 들어오기 때문에) 항상 미지근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시원했던 콜라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이런 사진밖에 없더라.
이때는 몰랐지만... 우리가 이렇게 먹는걸 쳐다보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아직은 아이들과 친했던 단계가 아니라서 우리끼리 조차도 서먹했기 때문에 먹으면서 테이블끼리 얘기 나누곤 했다.


이제야 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아직도 후덥지근한 날씨...
저녁을 먹고 난 후 마을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무슨 족구장? 풋살장? 처럼 사방이 막혀있고 무대인듯 보이는 곳이 하나 있는 곳이었다. 'Sanvincent Community Stage'라고 하는데 주로 여기서 댄스파티가 벌어지곤 했다 ^^
이 마을의 행사가 있는 날은 주로 농구장이나 이 곳에서 진행되곤 했었다.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우리는 낯설기만 한데 왜 갑자기 음악소리가 나오는거지?
의아해하기만 했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몰려왔다. 우리를 보기 위해서 ^^
이 곳 아이들은 정말 노래와 춤을 좋아했다. 물론 어른들도 좋아했고. 그래서 아이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고 우리는 아이들의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즐거워했다. 처음에는 그냥 박수치고 몸짓만 살짝 움직이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 아이들과 같이 춤을 추면서 즐겼다. 나는 춤을 진짜 못추는 몸치였다. 그래서 뭐 박수만 치긴 했는데 나중에는 어떻게 그곳 사람과 친해져버려 막춤을 추기도 했다. 크하핫... ^^

오랫동안 영문도 모르는 춤판이 벌어진 후 이제 정식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필리핀은 90%가 넘는 카톨릭 국가라고 알고 있다. 이 곳 올랑고에서 역시 카톨릭을 믿고 있었고, 처음 시작할 때 기도로 시작했다. 그리고는 필리핀 국가를 불렀고, 애국가도 불렀다. 우리는 기껏해야 16명. 그래도 있는 힘껏 소리질러가면서 불렀다.
필리핀 아이들의 춤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냥 이 순간에는 계속 웃기만 했다.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아이들의 순수했던 모습이 보였다고 할까? 우리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을 나 역시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곳은 다른 집들도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시끄러운 소리가 다 들리는데 많은 마을 사람들이 이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른들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간단한 영어로 말을 걸어보기도 해봤고, 아니면 역시 몸짓으로 혹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필리핀 아이들의 춤을 보았으니 우리도 오늘 공연하는 날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맛보기 형식으로 리코더연주, 기타연주,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그 때 내 옆에 앉아있던 여자애가(우리들은 이 여자의 춤을 보고 지치지 않는 다고해서 에너자이저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_-) 나보고 한국 사람들은 정말 재주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뭐 고맙다는 식으로 얘기하니까 나한테 무슨 재주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하하핫... 웃으면서 난 재능이 없다고 하니까 비웃더라 -_-; 그래서 먹는 재주가 있다고 해서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 자기도 먹는 재주가 있다며...

이제 우리 팀원 한사람씩 앞으로 나가서 소개하는 시간도 가지고 우리에게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내가 나갈차례가 되었는데 옆에 여자가 나보고 앞에서 "살라맛 %@!#@" 라고 말하라고 했다. Salamat은 현지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인데 부탁이니까 뭐 알겠다고 했다. 내가 나갈차례가 되었는데 그 옆에 여자아이들이 "와~ 동범 동범!!" 이랬다. ^^ 뭐 영어가 안되니 할말이 많아도 어떻겠는가. 간단히 말했다. 내가 아까 옆에 있던 여자가 부탁했던 말 한마디 "살라맛 $!@$" 했더니 난리였다. 우리 팀원들 갑자기 내가 왜 저렇게 환호를 받는지 의아해하면서 인기 많다고 놀리기 시작했다.

다시 댄스파티가 시작되었다. 우리 팀원들도 숨겨진 춤솜씨를 발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난.... 그 에너자이저와 춤을 췄다. 우리 팀원들이 내가 춤추는게 충격적이었는지 난리였다 -_-;;
솔직히 춤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여기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낯선 땅에서 아무 걱정없이 즐기는 이 시간이 즐겁기만 했다.

아~~ 진짜 덥다. 원래 밤에도 후덥지근한데 춤추는 그 열기에 온통 땀에 절어있었다. 베이스캠프에 돌아와 보니 물도 없어서 정말 간단히 씻고 일기를 썼다. 다들 피곤한 하루였지만 쉽게 안 자고 얘기하며 밤을 지샜다. 이렇게 올랑고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