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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바 호수에서의 마지막 날, 그리고 아침이 왔다. 싸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어 일어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추우니 방에 선풍기도 없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늦잠은 아니다. 아주 잠깐 누워있을 뿐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떠날 준비를 해야 했지만 잠시 호숫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리베르타 홈스테이 뒤쪽에 가면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데 다른 숙소처럼 수영장을 갖추거나 멋들어진 휴식 공간은 전혀 없다. 그냥 호수만 보인다.


작은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는 참으로 평온했다. 여기 숙소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경치가 그리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나름 운치는 있었다. 호수라서 짠 내가 나지 않아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짐을 챙겨들고 체크아웃을 했다. 리베르타 홈스테이는 특이하게도 숙박비를 포함해서 내가 먹었던 것을 체크아웃을 할 때 한꺼번에 계산했다. 계산을 하니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웃으면서 또 오라는 말을 건넸다. 나 역시 그러고 싶다고 했다.


선착장까지는 가깝기 때문에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리베르타 홈스테이를 나와 작은 길을 따라 걸었다. 빨간색 지붕의 예쁜 교회가 보였고,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의 모습이 보였다. 호수의 유명세에 비하면 정말 소박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바거스베이 홈스테이가 보이는 곳에서 샛길로 빠지면 선착장이 나온다.


선착장은 항상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아주머니들의 빨래터였다. 여행자에겐 또바 호수가 그림 같은 풍경이지만, 이들에겐 그저 삶의 터전일 테니깐. 선착장에 도착하자 제트스키를 타라는 아저씨도 있었는데 아마 정기선이 아닌 택시처럼 비정기적으로 파라팟을 오고갈 수 있나 보다. 제트스키가 당연히 더 비쌀 게 분명했고, 이미 난 예약을 한 터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배가 오기 전까지 주변을 구경했다. 나무배를 타고 온 어느 아저씨가 무얼 잡아왔는지 비닐봉지에 계속 옮겨 담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그걸 받아 들었는데 궁금해서 가까이 가봤다.


가재였다. 호수니까 민물가재라고 불러야 할까.


파라팟으로 가는 배가 9시에 도착했다. 아주머니들의 빨래통을 넘어 배에 올라탔다.


선착장이 멀어져 간다. 빨래터가 멀어져 간다.


뚝뚝으로 갈 때도 그랬지만 파라팟으로 돌아갈 때도 뚝뚝의 주요 숙소를 들렀다. 그곳에서 사람을 태우고는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 사람을 태워 돌아갔다. 꼬마 아이를 태우려 손을 뻗는 아저씨를 보자 미소가 흘러나왔다.


담배를 피는 사람이 많아 가끔 불쾌할 때도 있지만, 따분한 건지 아니면 무심한 건지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다.


따스한 햇살이 호수를 비춘다. 그리고 멀리서 움직이는 배가 보인다. 또바 호수의 아침은 그렇게 평온했다.


1시간의 항해를 마치고 파라팟에 도착했다. 돌아가는 길은 무척 아쉬웠다. 메단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여행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더욱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