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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야니~ 야니~"라고 부르는 소리에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겨우 문을 열었다. 그러자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던 사람은 다름아닌 마시모와 바라밤이었다. 나를 살짝 안으면서 무지 반갑다고 어떻게 여기에서 또 만나게 되었는지 신기하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는 내 상태를 보고 정상이 아님을 알았는지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배가 아프고 몸살기운이 있는 것 같다고 말을 하니 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약을 가지고 왔다. 마시모도 전날 생선을 먹고 배가 무지 아팠다면서 이 약을 먹어보라고 권해줬다. 

우리는 숙소 2층에 있었던 야외 식당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혼자 껄로에서 내릴 때 내 모습을 보고 무지 걱정했다는 것이었다. 너무 추웠던 그 날씨하며 혼자 그 어두컴컴한 마을에 내린 뒤로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상을 했다고 말이다. 

이탈리안 커플은 이미 인레호수 투어를 한 상태였다. 이 두 사람을 비롯해서 미국인까지 포함해서 오전에 이미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나로써는 인레호수 투어를 혼자 해야할거 같아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이렇게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이들은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쉬어야겠다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가지고 온 책은 그리 두껍지 않은 여행책이었는데 너무 감성적이었다. 사진도 너무 많았다. 내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째 이 여행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의 이야기같아 보였다. 멋진 사진으로 가득찬 여행, 멋진 거리에 앉아 감상에 빠진 그 사람의 이야기는 이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약기운에 취했는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잠을 자고나니 몸이 그제서야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완전한 상태는 여전히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결 가벼워졌던 것이다. 


밖으로 나가보니 공터에 커다란 알록달록한 기구들이 보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구가 뜨는 것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근데 생각을 해보니 바간도 아니고 낭쉐에서 기구가 뜨다니 조금 이상하긴 했다. 열기구 투어의 경우 보통 굉장한 유적지나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서 자주 있는데 내가 직접 타보지는 않았지만 호주의 케언즈라든가 캄보디아의 앙코르왓에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미얀마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인 바간에서 열기구를 탈 수 있다고는 하는데 내가 바간에 있는 동안에는 열기구를 본 적은 없었다. 중요한건 낭쉐, 인레호수에서 열기구를 타면 무얼 볼 수 있는지 조금 궁금했다. 

열기구를 타는 것이야 정말 멋지고 재미있는 체험이 되겠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열기구에는 보통 3명이 타는데 기구를 조종하는 사람과 관광객 2명이었다. 그 2명이 내는 금액이 몇 십 달러를 내야 했는데 이는 배낭여행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다. 얼핏 80달러정도 되는 것으로 들었는데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확실치는 않다. 


열기구가 떠오르는 모습은 나에게만 신기했던 것은 아니었다.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던 아이들은 어느새 공터를 가득 채우고 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열기구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양 여행객이었는데 열기구가 떠오르면 서로 손을 흔들면서 신기하게 바라봤다. 


열기구는 바로 아래에서 커다란 불을 붙여 뜨거운 공기에 의해 떠오르는 원리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저 불로 인해서 기구에 불이 붙지 않을까라는 괜한 염려를 하게 되기도 했다. 

푸아아악~ 푸아아악~

불이 여러번 점화되고 나면 열기구는 풍선처럼 둥실둥실 떠오르기 시작한다. 나 역시 낭쉐의 주민인 것처럼 공터에 나와 신기한 열기구를 지켜만 봤다.


아이들은 열기구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양인들만 가득 태운 열기구들이 하나 둘씩 떠오를 때마다 이 아이들도 하늘을 나는 꿈을 꾸지 않을까? 미얀마 아이들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가난하다고 불쌍한 아이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함박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자꾸 떠오른다. 

열기구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난 후 주변을 거닐었다. 미얀마의 모든 도시들이 비슷하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낭쉐는 더 심심했다. 아니 어쩌면 여행이 막바지로 치닫으면서 느껴지는 외로움이 몰려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선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저녁이나 먹자.' 

내가 갔던 곳은 Mee Mee House였다. 낭쉐에서 적당한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더 멀리가봐야 다리만 아플거 같아서 그냥 들어갔던 것이다. 레스토랑은 나무로 적당한 인테리어가 갖춰진 식당이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외국인 2명이 저녁을 먹는 모습 외에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없었다. 이상하게 인레호수를 여행하는 외국인 여행자는 많았는데 낭쉐에서 돌아다니는 외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주문한 Pork Steak가 나왔는데 모습이 완전 탕수육이었다. 이게 스테이크가 맞냐고 물어봐도 이거라는 대답뿐이었는데 문제는 맛도 별로 없었다는 점이었다. 후추가 과다 첨가되었는지 고기맛은 거의 나지 않을 정도였다. 아직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닌데 음식도 맛이 없어 그냥 먹기는 힘들어서 스프라이트도 하나 주문했다. 

혹시나 싶어서 비싼 음식을 주문해봤던건데 만족도는 제일 낮았다. 음식값 3000짯에 밥값도 별도라 300짯을 냈고, 스프라이트 1000짯의 비용을 내니 4300짯(약 4300원)이었다. 미얀마에서 보통 먹은 음식들의 가격이 2000짯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꽤 비싼 편에 속했다. 

맛없는 저녁을 먹은 뒤 할 일이 없다보니 그냥 숙소로 돌아왔는데 브라이트 호텔은 전기도 나간 상태였다. 미얀마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긴 했지만 전기가 나가버리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어차피 TV도 없고, 이탈리안 커플들은 잠을 자는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무엇을 하기도 힘들었지만 또 다시 강제로 잠을 자야했다. 아파서 잠을 그렇게 많이 잤는데도 또 깊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