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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딱~ 딱딱딱~ 딱딱딱~

창문 밖에서 일정한 박자로 들리던 소리 때문에 잠이 깨버렸다. 내 단잠을 깨워버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새였는데 창가에서 모닝콜을 해주는 것처럼 날이 밝자마자 계속해서 창문을 쪼아댔던 것이다. 새가 나의 아침을 깨우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창 밖을 바라보니 이미 날은 꽤 밝아져 있었던 상태였다. 전 날 추위에 몸부림을 치며 사이까에 몸을 싣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이곳에 왔고, 다시 추위에 몸부림을 치며 잠이 들었다. 어찌나 추웠는지 얇은 이불 2개로는 택도 없었다. 아무리 1월이라고는 하지만 북부지방의 날씨가 이렇게 추울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침낭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 것을 정말 후회했다.


내가 있었던 방은 3층이었는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바간(정확히 말하자면 냥우 시내)의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어찌 이런 이국적인 풍경이 물씬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무척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빈속의 강정 같았던 양곤의 빌딩들을 볼 때도 우리나라보다 몇 십년을 뒤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는데 바간은 이보다 더 심했던 것이다.


거리에는 따각따각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작은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지나다녔다. 미얀마 최대의 관광지라 불리는 바간의 첫느낌은 이렇게 작은 마을이었나라는 생각뿐이었다. 이 독특한 분위기는 캄보디아나 라오스에서 봤던 장면과는 매우 달랐다. 이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갔다고 해야 할까?

우리가 전 날 추위에 몸부림을 치며 사이까를 탔을 때는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는데 아침에는 바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어쩌면 양곤에서 바간까지 타고 온 버스는 타임머신이 아니었을까?


재미있는 마을의 풍경을 지켜보고 있을 때 옆 방에서 비키가 나왔다. 서로 잘 잤냐고 물어보고 난 후에 우리는 곧바로 아침 먹으러 가기로 했다. 양곤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옆자리에 앉았던 러시아 친구 비키와는 자연스럽게 여행 동료가 되어버렸다. 하긴 그 버스에서 외국인이라고는 나와 비키뿐이었던 것도 어느정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카운터에서 중국 식당을 추천을 받았긴 했지만 우리는 조금만 걷다가 보였던 한 식당에 들어갔다. 나는 밥 종류를 시켰고, 비키는 오믈렛을 시켰다. 우리는 지난 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역시나 엄청난 추위 속에서 덜덜 떨면서 잤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침에 내가 겪었던 새가 창문을 두들긴 이야기였다. 비키도 새가 쪼아대서 깼다고 무척 재미있어 했다.


양곤 버스터미널에서 비키가 담배를 피는 장면을 봤기 때문에 흡연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담배는 한국의 One이었다. 주로 약한 담배를 즐겨 핀다고 했다.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누가 제안을 했다기 보다는 같이 바간을 돌아보기로 되어버렸다. 어차피 둘다 혼자 여행을 온 사람이었고, 버스 옆자리 친구의 질긴 인연을 쉽게 떼어버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밥을 먹고 냥우 시장의 방향으로 걸었다.  따각따각거리는 마차 소리와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지나가는 미얀마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미얀마 사람들도 역시 외국인이었던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가끔씩은 수줍게 "헬로우~"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바간의 아침(바간에는 3개의 큰 마을이 있는데 여기는 냥우)은 참 평화로워 보였고, 조용했다. 중간에 굉음을 내뿜으며 달리는 오토바이 혹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차량들 소음을 제외하면 말이다.


아...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했던 말들의 냄새도 역시 제외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