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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터웅 파고다를 나와 바로 앞에 있던 양곤강이 있어서 바람이나 쐬려고 가봤다.


보통 강변 앞에는 멋진 풍경이 펼쳐지곤 하는데 여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넓은 공터 앞에는 양곤강이 보이긴 했는데 원래 더러운 것인지 아니면 흙탕물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멋진 경치를 기대했건만 크게 볼만한 것은 없었고, 너무나 뜨거웠던 태양탓에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보타터웅 파고다의 황금빛 불탑이 정면에 보였다.


미얀마에서는 항상 파고다 앞에 시장과 같이 노점들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보타터웅 파고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꽁야(씹는 잎담배)는 거리 어디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스님들도 꽁야를 씹는가 보다.

꽁야는 미얀마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독특한 기호품이었다. 잎사귀에 꽁 열매의 씨 등을 싼 뒤에 그걸 우물 우물 씹는데 이 때문에 미얀마의 남자 대부분은 이빨이 벌겋게 변해있고, 부식되어 상태가 매우 안 좋다. 대부분 남자들이 이 꽁야를 씹는데 거리에서 꽁야를 씹는 사람이 다 씹고 난 뒤에 붉은 물을 내뿜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다. 당연하겠지만 결코 청결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기서 매우 독특했던 것은 코코넛을 황금색 종이로 싸놨다는 점이었다. 이것도 아마 파고다를 위한 황금 열매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다.

보타터웅 파고다를 벗어나 걸어서 술레 파고다까지 돌아가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다. 이대로는 1시까지 술레 파고다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택시를 잡았다.


술레 파고다까지는 다행히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1000짯에 흥정이 가능했다. 이 택시 역시 계기판은 전혀 작동을 하지 않았고, 거의 움직이는게 신기할 정도의 택시였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뒤에 위로 올라가서 배낭을 챙겨 들고는 카운터에 가서 버스 터미널까지 택시를 타면 얼마정도 나오냐고 물어봤다. 할아버지는 꽤 먼거리라서 대략 5달러정도 들거라고 얘기를 해줬는데 내가 4000짯(4000짯이면 4달러)에 갈 수 있지 않겠냐고 하니 아마도 가능할거라는 대답을 해줬다.

정말 겉보기에도 그리고 내부에도 상당히 낡고 낡은 건물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았다. 중년의 아저씨로 보였던 택시 기사에게 버스 터미널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4000짯이라고 해서 바로 탔다.


양곤에 도착하고 이제 적응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빠르게 양곤 시내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내 생각보다 버스터미널은 상당히 멀었다. 거의 내가 졸다가 졸다가 깨도 택시는 아직도 달리고 있었고, 이미 공항까지의 거리는 2번이나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멀었던 것이다. 이 정도로 먼 거리라면 4000짯은 정말 싸다고 느껴졌다.

한 40분은 넘게 택시가 달린 끝에 버스터미널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이상하게도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택시 기사는 터미널 입구에 있던 사람에게 돈을 내고 들어갈 수 있었다.


버스 터미널은 평소에 보던 곳보다도 규모가 훨씬 컸는데 엄청나게 큰 공터에 이곳저곳에 버스가 서있었는데 나는 단번에 미얀마의 버스회사가 무척 많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도 그랬던게 생각났는데 버스 회사가 많아서 터미널에 가서도 그 회사의 버스가 어디있는지 찾아야 했다. 나야 택시 아저씨가 내 버스 티켓을 보고는 그 회사의 앞까지 태워다 줬다. 물론 그 아저씨가 알았던 것은 아니고 중간 중간에 멈춰서서는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봤기 때문에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탈 버스 회사에 도착해서는 택시 아저씨한테 4000짯을 건네주고는 배낭을 메고 허름했던 사무실에 갔다. 외국인도 간간히 보이기는 했지만 거의 대다수가 미얀마 사람들이었고, 내 버스 티켓과 여권을 확인을 하더니 3시쯤에 출발할 거라고만 얘기해줬다.

이럴거면 왜 버스를 예약할 때 2시까지 오라고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비행기도 아니고 1시간 일찍 올 필요까지는 없었던 셈이었다.


나는 가만히 있다가 아침도 점심도 안 먹었던게 생각났고 갑자기 밀려오는 배고픔에 먹을만한 장소가 없는지 찾아 보기로 했다. 다행히 아주 가까운 곳에 식당으로 보이던 곳이 있어서 그쪽으로 걸었다.


예상대로 식당이었다. 외국인이었던 동양 남자인 내가 들어오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이 되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건네 받았는데 도무지 무얼 먹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뭐가 맛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아주머니는 영어가 되지 않았다. 다른 여자가 와서는 설명을 해주는데 프라이드 라이스(볶음밥)를 먹겠냐고 물어보길래 먹을만 하겠다는 생각에 볶음밥으로 주문했다.

미얀마에서는 음식을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무척 힘들었는데 동남아에서 자주 먹었던 볶음밥이 생각나서 괜찮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 앞에 있던 아저씨들도 외국인이 배낭을 들고 와서는 먹을 것을 주문하는게 신기했던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밍글라바(안녕하세요)" , "뛔이야다 원따바대(반갑습니다)"

내가 미얀마어로 인사를 하니까 껄껄 거리며 웃었다.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것은 아니고 한국 사람이라는 것과 바간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는 그런 이야기만 했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 버스 터미널을 바라봤다.


잠시 뒤에 주문했던 볶음밥이 나왔는데 이것도 신기하게 오이와 토마토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다른 식당에서도 이런 장면을 본지라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우선 사진 한 장만 찍고 너무 배고파서 숟가락을 들고는 거침없이 떠먹기 시작했다.

맛은 정말 정말 맛있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미얀마에 도착한 이래로 계속해서 음식 선정에 실패를 해서 무척 힘들었는데 이 볶음밥은 너무 맛있었다. 딸려 나온 국도 괜찮았는데 맛은 오뎅 국물 맛이었다.

내가 밥 한 숟가락을 뜨는걸 가게 안의 사람들이 지켜봤다.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던 이 낯선 이가 어떻게 먹는지 지켜보는데 그 모습이 무척 신기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