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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농장을 찾아 브라이트와 비치워스를 돌아다녔지만 크게 성과가 없었다. 당분간은 배틀로에서 머무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기로 했다. 10일 가량 일을 못한다는 사실이 좀 암담하기는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로써는 어쩔 수 없었다. 일이 없이 쉬었지만 우리는 브라이트와 비치워스를 돌며 고장났던 차의 엑셀부분을 고치기 위해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어쨋든 배틀로에 당분간은 머물게 되면서 그동안 먹지 못했던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처음 담그는 김치였지만 송선누나가 거의 대부분을 도와주어서 쉽게 할 수 있었다.


낮부터 맥주를 마시던 리는 김치 담그는걸 직접 보고 싶다며 왔는데 어느샌가 앉아서 마늘 빻기를 하고 있었다.


간마늘이 없어서 어쩔수 없이 마늘을 직접 빻았는데 승이와 리는 왜 이렇게 하냐며 불평을 쏟아냈다. 슈퍼에서 작은 통에 파는 간마늘만 있었어도 이런 생고생은 안 해도 되었을 것이다.


사과 농장에 있었으니까 넘치고 넘는 것은 사과이니 사과도 갈아서 넣었다.


일반적으로 김치는 배추를 크게 잘라 양념을 뭍히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담그지 않았고 배추를 씻은 뒤 전부 잘게 잘랐다. 잘게 자른 배추를 소금에 절였다.


배추를 여러번 뒤집어 주고 몇 시간동안 그대로 두니 부피가 줄어든 절인 배추가 되었다.


이제 이 배추를 물에 헹구는 과정을 3~4번정도 했다. 리는 이 과정을 꼼꼼히 구경하면서 종이에 적기까지 했다. 뉴질랜드로 돌아가 김치를 꼭 만들어 보겠다면서 말이다.


절인 김치에 고추가루, 멸치액젓, 마늘, 파 등을 넣고 버무렸다.


어느새 데이브도 와서는  구경했다. 데이브와 리는 김치를 포함한 한국 음식이 맛있다고 했다. 리는 특히 미역국을 무척 좋아했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는 항상 쌈장을 준비해서 먹었는데 모든 친구들이 쌈장이 맵지도 않아서 아주 좋다고 했을 정도였다.


호주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김치를 담그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사진을 찍었다.


누나가 맛을 좀 보면서 버무리니 제법 김치다워지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동안 김치를 맛보지 않았기 때문에 매콤해보이는 김치를 보자 입에 침이 고이기까지 했다. 그정도로 맛있어 보였다.


맥스야 너도 먹고 싶니?


드디어 완성된 김치!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정말 맛있었다. 리와 데이브도 한번 맛보더니 맛있다고 얘기해줬다. 그냥 막 집어먹다간 김치를 금방 다 먹을거 같아서 조금만 덜어놓고 나머지는 따로 보관했다. 그리고는 김치를 일부러 익게 만들려고 큰 통에 넣고 그냥 바깥에다가 놨다. 어차피 날씨가 선선해서 바깥에다 놔두니 적당한 김치가 완성되었다.

4포기를 담궜지만 김치는 약 1주일 정도만에 다 먹었다. 우리가 그토록 먹고 싶었던 김치찌게는 딱 한 번 먹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