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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정도 텐트 생활을 해본 결과 도저히 이대로 지내다간 입돌아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 곳은 텐트뿐이었기에 주말이 되자 히터를 구입하러 돌아다녔다. 배틀로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약 30분이면 갈 수 있었던 튜뭇이었다. 튜뭇은 배틀로에 비해서 상당히 큰 마을로 울월스, 콜스와 같은 대형 슈퍼마켓이 있었고 이것 저것 편의시설이 있어서 제법 마을의 분위기가 났다.


지 난밤 벌벌 떨었던 일이 떠올라 히터는 꼭 사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날 히터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고 사는데 꼭 필요했던 냄비나 후라이팬 그리고 각종 식료품도 한 가득 샀다. 문득 메닌디에서 냄비와 후라이팬을 버리고 온 게 아깝게 느껴졌다.


튜 뭇의 상점이란 온 상점은 다 뒤져봤지만 히터는 보이지 않았다. 낚시용품점, 슈퍼마켓, 타켓(잡화점) 등등 전부 돌아봤는데 하나같이 히터는 없다고 했다. 하긴 때는 가을이었고 낮에는 저렇게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녔는데 누가 히터를 찾을까? 어느 상점은 겨울도 아닌데 히터를 왜 찾냐고 물어보길래 우리는 배틀로에 살고 있다니까 그제서야 수긍하기도 했다. 배틀로는 산 속에 있기 때문에 추울거라는걸 알긴 아나 보다.


튜뭇의 중심부였는데 이 근방에 상점들이 몰려있었다. 우리가 배틀로에서 생활하는 몇 개월간은 일주일치 장을 보기 위해서 튜뭇에 매주 갔었다. 아무래도 배틀로보다는 마을 규모도 크고, 울월스와 콜스가 있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히터를 사려고 뒤졌는데 결국 실패로 끝나자 다음 날 더 큰 마을이었던 와가와가(Wagga Wagga)로 갔다. 와가와가 도시 이름 참 웃기다. 생각해보면 튜뭇(Tumut)도 영어 이름같지 않았다.


와가와가는 배틀로에서 1시간 반정도 걸리는 곳이었는데 마을이라고 보기는 힘들었고 도시의 규모였다. 쇼핑센터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 히터부터 찾았는데 다행스럽게도 히터가 있었다. 히터의 가격은 50불로 상당히 고가였지만 히터 없이 추위에 벌벌 떨며 잘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샀다.

딱딱한 바닥에서 자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그 날부터 아주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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