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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하루 종일 누워만 있으니 내가 아픈 건 아닌지 걱정하던 직원은 몸이 안 좋으면 따뜻한 스프라도 만들어 줄까라는 말을 했다. 난 그 말을 듣자마자 몸을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나갔다. 딱히 안 좋은 것도 아니고 그냥 오전 내내 누워 있었던 것뿐인데, 어느새 ‘관심’ 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며칠 사이에 왁자지껄 떠들던 여행자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오로지 나 혼자 10인 도미토리에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강제적으로 나온 나는 정처 없이 올드 트빌리시를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굉장히 방콕처럼 역동적이고, 재밌다고 생각했던 동네인데, 막상 하루가 지나자 트빌리시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트빌리시에 도착한 이후 단 한 번도 건너가지 않았던 다리를 건너 유럽피언 스퀘어로 갔다. 아무리 낮이라도 너무 더웠다. 엊그제 벌벌 떨면서 돌아다녔던 추위는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확실히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누워만 있었으니 여행자의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었다.


유럽피언 스퀘어에는 언덕을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있는데, 탈까 말까 무지하게 망설이다가 결국 케이블카 앞으로 갔다. 케이블카의 가격은 왕복 4라리(GEL)였지만 지하철카드를 구입해 충전해야 했기 때문에 2라리를 더 냈다.


도시 한 가운데 이런 케이블카가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


얼마 만에 타보는 케이블카란 말인가. 나를 실은 케이블카는 순식간에 올드 트빌리시 한 가운데로 떠올랐다. 트빌리시 도착 3일 만에 도시 전경을 보는 순간이었다. 케이블카 여행은 정말 짧았다. 고작해야 3분 정도로 교통수단 자체로는 매력이 부족했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트빌리시는 나름 괜찮았다. 사실 트빌리시의 건물이 세련되거나 예쁘진 않은데,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모습이 잘 어울렸다. 4라리에 즐길 수 있는 여행이자, 멋진 전망대다.


한쪽에는 트빌리시의 오래된 성이 남아있고, 다른 한쪽에는 전사의 느낌이 날 정도로 강인해 보이는 어머니의 상이 보인다. 심지어 칼도 들고 있다. 성으로 가려다가 너무 더워서 나중에 가기로 하고(결국 나중에도 귀찮아서 안 갔다), 어머니의 상만 보려고 가까이 가봤다.


굉장히 거대한 상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별 거 없다. 앞모습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도 문제. 그래서 어머니의 상은 제쳐두고 그저 트빌리시를 바라보는데 열중했다. 그 와중에도 트빌리시를 담아보고자 카메라 셔터를 무의미하게 계속 눌렀다.

근데 케이블카를 같이 탔던 아이가 계속 따라오면서 나에게 말을 계속 걸었다. 별로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대게 이런 경우 뭔가 요구하곤 한다. 이 직감이 맞긴 했는지 15분 정도 뒤엔 돈을 달라고 했다. 무슨 염치로 돈을 달라고 하는 건지. 가이드를 해줬다고 생각했나. 난 단호하게 거절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단번에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지만 확실히 트빌리시에는 구걸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적당히 구경했다고 생각하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다. 유럽피언 스퀘어를 다시 한 바퀴 돌아본 후 올드 트빌리시로 돌아왔다. 그리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멈춰 섰다.


3라리짜리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호스텔로 돌아가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트빌리시에서 3일차임에도 빈둥거리기, 그리고 아이스크림 물고 호스텔로 돌아가고 있지만 이런 것도 나름 여행의 일부가 아닐까.


이날 호스텔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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