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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드디어 화창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전날 늦은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새벽 5시까지 정신이 멀쩡한 사람들과 노닥거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무척 힘들었다. 그래도 난 일찍 일어나 씻고, 아침도 먹은 채로 밖으로 나갔다.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일정은 히타카츠항으로 돌아가서 부산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그전에 남은 시간을 이용해 이즈하라를 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걸어서 이즈하라의 관광지를 돌아봤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대마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하치만구 신사(팔번궁 신사)였다. 생각해보면 이전에는 일본 여행을 하면서 신사는 별로 돌아보지 않았는데 유난히 대마도에서는 신사를 많이 갔던 것 같다. 사실 이즈하라에서는 하치만구 신사가 가깝기도 하고,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하치만구 신사로 가던 도중 벽에 그려진 귀여운 고양이 그림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하치만구 신사는 어부와 병사를 보호하는 하치만신을 모시는 신사라고 하는데 자세한 것까지는 모르겠다. 워낙 일본에는 신사가 많고, 모시는 신이 다르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서 구경하면서 어떤 분위기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다만 이 신사의 경우 우리나라와도 살짝 연관이 있는데 일본에서 주장하는 허황된 역사의식인 임나일본부의 황후가 주신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커다란 도리이에 매달린 줄이 눈에 띄었다. 이 도리이를 지나면 아주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또 하나의 도리이가 나타나는데 이 도리이 양 옆에는 고마이누(고려개)가 있다. 사실 이곳에 왔을 때는 도리이만 눈에 보였지 그 옆에 석상이 있는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멈춰 사진을 찍었는데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빛과 배경으로 계단과 신사가 잘 어우러져서 무척 좋았다. 마치 대학교 엠티를 온 사람들마냥 계단에 앉아 어색한 포즈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치만구 신사는 대마도의 다른 신사보다 규모도 큰편이었다. 게다가 산에 있던 곳이라 그런지 주변에 나무가 많아 훨씬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오른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하치만구 신사를 만날 수 있는데 여기에서도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비록 사람들로 북적이는 신사는 아니지만 대마도에서 봤던 여러 신사 중에서 가장 괜찮았다. 아마 따사로운 햇살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데 한몫을 했던 것 같다. 


대마도 영주가 탔다고 하는 말이나 그 옆에 있던 마리아 신사도 보였다. 사실 하치만구 신사가 대마도에서 조금 큰 신사라고는 하지만 오래 둘러볼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즈하라에서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돌아본다면 크게 부담이 없어 좋다. 대마도를 여행하면서 여유를 가졌다고 할까? 우리는 하치만구 신사를 나와 이제 본격적으로 이즈하라를 탐방해 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여행은 쓰시마시, 여행박사, 시그마 협찬과 도움으로 다녀왔습니다.